12월의 스웨덴은 어둠 속에서 잘 견뎌내야 하는 시기
할로윈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준비에 들어간다. 1년 중 가장 큰 연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스웨덴 사람들
생화로 만든 장식이나 생나무로 트리를 만드는 문화가 있어서 길에서 파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가짜 나무나 식물에선 느낄 수 없는 그 향기, 분위기 때문에 그런 거 같다.
어둠이 일찍 찾아 오는 겨울
특히 12월은
해가 늦게 떠서 금방 지기 때문에 어둠을 밝히는 조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점심 먹고 나오면 금방 밤 같은 느낌이 들기에 길거리 조명을 보면서 어둠 속 침체되는 기분을 달래기도 한다.
국물이 필요한 한국인
외식물가가 장난없어서 자주 외식은 힘들지만 추운 계절 외식메뉴는 국물을 주로 찾는다. 북유럽 외식으로 그나마 쉽게 찾을 수 있는 식당이 베트남 쌀국수 그리고 일본 라멘
한국에서도 잘 안먹던 메뉴인데 스웨덴 살면서 쌀국수도 라멘도 더 자주 먹게 된다.
동네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정해진 기간 반짝 열리기에 그 기간 내 또 한 번은 들려보게 된다. 뭘 사지 않아도 뭘 사먹지 않아도 눈으로 충족되는 구경하는 재미
이번엔 한국인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소식에 더 설레면서 여길 지나다녔다. 여기서 상 받으셨다는데 정말 자랑스러웠다.
해외에 살면서 어디서든 한국 뉴스가 들리면 더 귀를 쫑긋하며 듣고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거 같다. 연말에 눈살 찌푸릴 뉴스도 코끝이 찡해지는 뉴스도 들려 울적했는데 그 중 그나마 축하할 만한 뉴스가 있어서, 노벨상을 주관하는 나라에 살면서 괜시리 더 가깝게 연결된 느낌을 받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전까지 흔히 보이는 사프란번
사프란이란 향신료를 넣은 디저트나 빵이 즐비한다. 처음 왔을 땐 크게 맛이나 향을 못 즐기던 내가 스웨덴에서 보내는 햇수가 늘면서 이젠 찾아 먹고 있다는 게 스스로도 신기하다.
크리스마스 느낌 물씬나는 연극도 처음 관람했다.
문화생활을 자주 하진 못하지만 올 겨울엔 스웨덴에서 보는 첫 연극으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영어로 진행되긴 했지만 나같은 외국인에겐 뭐든 이국적으로 느껴지니까:)
크리스마스 기간에 반짝 생겨나는 율포스트
크리스마스 우체통이다. 스웨덴에선 아직도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 받는 문화가 있어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12월에 반짝 설치되었다가 사라진다. 편지나 카드를 손으로 정성스레 써서 주고 받는 것이 얼마나 따뜻한 행위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 우편함을 보면 괜스레 미소지어 진다.
크리스마스에 빠지지 않는 글뢰그 glögg
진저쿠키 pepparkakor
그리고 오렌지 apelsiner
추운 날씨에 집에서 같이 영화보면서 먹고 마시는 아늑한 시간들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규모가 크진 않지만 스톡홀름 내 소소한 크리스마스마켓을 찾아다니고 크리스마스 소품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가장 짙은 어둠이 내리는 12월의 북유럽, 쉽게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어둠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그맣게 찾으면서 스스로 빛을 찾아가려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연말을 보내고 새해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