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거주허가가 필요한 이방인의 삶

'비자'가 필요한 해외살이...feat. 영주권, 시민권

by 라고미

남기고픈 주제가 한가득이었는데

시간만 흐르고 글을 남기는 게 버거워졌다

그러다 문득 넋두리 겸

누군가는 공감해 줄

해외살이의 고단함에 대해서 남겨보고 싶어졌다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큰 장벽은

언어도, 문화도 아닌

바로 비자 문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평생을 대한민국에 쭉 살면

고민할 필요도 없는 '비자'

여행을 간다해도

우리나라 여권파워면 대부분 90일 정도는

특별한 비자없이 머무를 수 있다.

(몇몇 나라들은 따로 관광비자를 신청해야 하지만)


그런데 대한민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장기간 거주를 해야 하는 경우라면

'거주비자'가 필요하다

1년, 2년 등등

종류별로 다양하지만

내가 받은 비자는 2년짜리였고

만료 한달 전에 새로 연장신청을 해야 한다.


지난번 연장에선 2달 조금 넘게 걸렸다.

그래서 이번에도 대충 그정도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를 줄이야!


처음 비자를 신청하고 여기 와서

최종 2년짜리 비자를 받기까지 약 1년 4개월이 걸렸었다.

그리고 2년 후 새로 비자를 연장받고

또 2년이 지났다.

두 번째 비자연장신청을 작년에 했는데

아직도 난 비자연장 결정문을 받지 못하고

7개월째 하염없이 기다리는 중이다...


보통은

사람들이 결혼하면 비자도 나오는 거 아니냐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도

혼인신고와 비자는 결부되지 않는다.

혼인은 혼인이고

비자는 비자다.

신청이 아예 별개 문제였다.

양국에 혼인신고가 되어 있어도

우리 남편은 한국에 비자가 없고

나는 스웨덴에 비자를 받았지만 지금은 연장신청 중인...


그리고 영주권과 시민권의 차이

헷갈릴 수 있는 용어인데

영주권은 용어 그대로 풀이하면 영구 거주권이지만

나라별로 5년, 10년 정도로 장기비자 같은 개념이다.

스웨덴은 영주권을 받으면 5년에 한번씩 갱신해야 한다.

몇년 전만 해도 3년이상 스웨덴에 살면 영주권이 신청가능했는데

지금은 문턱이 많이 높아져서

일정 이상의 수입과 정규직이 필수가 되었다.


시민권은 대한민국의 국적을 포기하고 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는 것

여권을 아예 바꾸는 것이다.

여기서 만난 외국인들 중

여러 이유들로 본인 나라 국적을 포기하고

스웨덴시민권을 받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이중국적이 인정되는 나라라면 본인국가, 스웨덴여권 2개를 다 소지하지만

대한민국은 이중국적이 허용되지 않아서

한국사람이라면 대한민국국적을 포기하고

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아무리 비자절차가 답답하고 힘들지언정

한번도 여기 시민권을 따서 대한민국국적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도 없고.

그런데 해외에 살다보니

비자가 주는 스트레스나 걱정은 피할 수 없는 문제였다

스톡홀름에 살면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적도 있지만

날씨가 주는 우울감이나

언어나 문화가 다른 것들이나

그냥 해외에 사는 것만으로 주는 이질감을

아예 무시하고 살 수만은 없었다


거기다 비자갱신이 걸리면서

이 나라에 갇혀 있다는 게 참 답답했다.

비자갱신 중에 해외에 나갈 수 없는 건 아니다.

나갈 수는 있다.

단, 스웨덴으로 돌아올 수 없다.

(관광비자 90일 체류로만 돌아올 수 있다.)


그래서 당분간의 스웨덴 밖의 여행은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사실 스웨덴의 여름이

다른 곳보다 더위로 힘들 일이 적기에

여기도 에어컨 시설이 미비하고

더울 땐 30도를 넘어서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른 곳들의 찜통더위에 비하면

견딜만 하니까

여름은 스웨덴에서 보내는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오늘같이 갑자기 반짝 날씨가 좋아지면

또 선물같은 날씨로 마냥 좋다가

이번주는 오늘을 제외하고 내내 흐릴 거란 예보로

괜시리 미리 걱정이 앞서기도 하는 그런 날이다.


아무튼,

비자라는 거대한 문턱을 넘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이방인의 삶

해외거주의 삶

외국인의 삶


누군가의 SNS 피드에서 본 것처럼

누군가 해외에 사는 지인이

한동안 연락이 뜸하고 기분이 많이 울적해보인다면

그건 바로 비자연장기간이 다가온다는 것이라는 걸

그 누군가가 지금의 나라는 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