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찹니다

13 숨이 찹니다

by 크리스티나

서점인으로 3년차에 접어들었고 입사한 후로 일요일에 쉰 적이 거의 없거든요. 토요일도 마찬가지구요. 근무형태가 이렇게 되는 것은 제가 일하는 서점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몇일전부터 감기 기운이 몸살 증세로 발전하고 결국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이번주는 일요일에 쉬게 되었네요. 죽 먹고 약 복용하고 오래 자고 일어났더니 좀 회복되었어요. 바깥 공기가 그리워서 근처 체육센터 둘레를 걸으러 나갔는데 일요일 오전 풍경이 이런거구나 하는 기분을 새삼 느꼈습니다. 한산하고 느긋하고 뭔가 여유로운 공기가 흐르는 것 같은, 일요일만의 분위기가 있더군요.


체육센터 주변에 동네 초등학교 아이들의 작품인 것 같은데 허수아비를 만들어 전시해 놓았더군요. 들판에 벼는 익어가고 맑은 바람은 불어오고... 가을이라는 계절에 어울리는 모습이었어요. 한 바퀴만 걸었는데도 땀이 났어요. 몸이 안좋으니 그렇겠죠. 세탁기도 다 돌아갔을 것 같아 얼른 집에 돌아왔어요.


세상이 예전과 달라 남들 다 잠든 시각에 일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고 모두가 쉬는 휴일에도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요. 저는 서점에서 일한 후부터 주말이나 일요일에 쉼을 누린 적이 거의 없구요. 새삼 일을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일을, 왜 하는 걸까요?


서울에서 독서모임을 할 때 회원 중에 한 분이 마트에서 하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극찬하신 적 있어요. 그때 제가 말했거든요. 조금 덜 편리하더라도 쉬어야 할 때 모두 쉬면 안되는거냐!라고요. 새벽배송을 하기 위해 마트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야간에 작업을 해야하잖아요. 물론 그런 큰 마트들은 휴일수당이나 야간수당이 모두 책정되기는 해요. 그래도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은 밤에 잠을 자야하는 것 아니냐고 했어요. 그분은 수긍을 못하시는 눈치였고 제 말에 동의하시는 분들도 그 자리에는 없었구요.


천박한 자본의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돈을 지불하면 잠을 뺏어도 되고 누군가의 편리를 위해 다른 누군가는 가혹한 노동을 감수해야 살 수 있다는 현실 말이예요.


저도 소비자의 입장이 되기도 하니 택배가 빨리 오거나 쉬는 날에 쇼핑을 즐기면 좋다는 점은 알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이쪽저쪽을 생각해보아도 지나친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코로나 시기에 고향으로 돌아와 판매서비스직에서 일을 하면서 저도 절감하게 되거든요. 서울에서 살 때는 스스로도 간과하고 지나쳤던 것들이 이제는 보다 선명하게 보여요.


모두 쉼을, 누리면 큰일 나는걸까요?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서 해가 뜨면 활동하고 해가 지면 쉬어야하는거잖아요. 꽃들도 저녁이 오면 꽃잎을 오므리듯 말예요. 그런데 과학기술이 발달해 야간에도 대낮보다 더 환하게 불을 밝히고 살게 되었고... 이제 우리는 별빛밖에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을 상상하기도 어렵게 되었어요.


기술이 발달해서 편리함을 누리고 사는 것은 맞지만 우리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잃고 사는 것! 아닐까요?


서점인이 일요일에 휴식을 즐기니 온갖 상념이 다 떠오릅니다. 수렵 채집 생활하던 원시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듯 문명의 편리를 누리던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도 어렵겠지요. 내려놓자는 말에, 좀 천천히 가자는 말에, 동의하시는 분들도 많지 않겠구요.


사교육에 종사하던 시절에 가르쳤던 학생 중 한 아이가 이런 말을 했어요. 죽을 힘을 다해 공부해서 고작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느냐고? 공공기관에서 서류 떼주는 일을 바라고 안간힘을 쓰며 공부해야 하느냐고. 오해하지 마셔요. 공무원이 별볼일 없다는 의미도 아니고 공부의 목적이 직업을 구하는 것에만 한정된다는 의미도 아니예요. 그 아이의 마지막 말이, 좀 속도를 늦추고 모두 느긋하게 살면 안되느냐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숨가쁘게 발전해서 도대체 누가 행복하냐는거였어요.


분명 발전?하는 가운데 그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있어요. 그러니 멈추지 않고 자본주의 시스템이 굴러가는거구요. 그런데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한 존재가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게 되면 반드시 다른 존재에도 그 여파가 미치게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믿습니다. 그저 딴생각을 가끔 하는 다소 엉뚱한 사람이 건네는 쓸데없는 말, 정도로 읽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숨이 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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