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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완벽한 동물이 또 있을까? 적당히 거리를 둘 줄 알면서도 집요하리만큼 애교를 부린다.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보는 사람 마음까지 간질이고, 미치게 행복할 때는 꼬리를 부르르 떨며 작은 발을 제자리에서 동동거리기도 한다. 하루 중 1/3을 그루밍에 할애하는 만큼 털이 비단결처럼 보드랍다. 스스로를 깨끗하게 단장하는 솜씨가 아주 좋다(실제로 고양이들은 씻기지 않아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 때때로 인심 쓰듯 집사 손가락도 핥아주는데 까칠하고 따뜻한 혓바닥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생긴 건 또 어떤가. 짧고 동그란 주둥이에 작고 촉촉한 코, 앙다문 입술이 통통하다. 큰 귀를 쫑긋거리는 게 귀여워 자꾸 훅훅 입바람을 불게 된다. 늘씬한 몸과 다리에 비해 작고 동그란 발, 통통하고 보들보들한 젤리는 자꾸만 꾹꾹 눌러보고 싶은 유혹이 인다. 제2의 묘격이라고 불리는 긴 꼬리는 도도하고 시큰둥한 표정 뒤로 애써 감추려 하는 기분마저 숨기지 못하고 모조리 흘러나온다. 살랑살랑, 탁탁, 부르르, 쫑긋! 아기 고양이일 때나 큰 고양이일 때나 생긴 건 계속 아기같이 귀엽다. 특히 유려한 모양으로 잘 빠진 눈은 때론 보석처럼 빛나고, 때론 블랙홀처럼 깊다. 고양이와 눈을 맞추면 알 수 없는 감정이 몰려와 불쑥 눈물이 나기도 한다.
물론 이 귀여운 고양이에게도 함정은 있다. 쓰다듬을 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털이 하나. 고양이가 뒹군 자리는 뭐든 앙고라가 된다. 돌돌이는 인생의 동반자요, 건조기는 필수템이다. 특히 (평소에도 빼곡하지만 더 빼곡했던) 겨울 털을 벗어버리는 따뜻한 계절에는 움직이는 자리자리마다 민들레 홀씨가 나부낀다(...). 이때는 청소기를 하루에 두 번을 돌려도 부족함이 없다. 검은 옷은 옷장에서 생략. 그래도 정신을 부여잡는 방법을 소개한다. 털을 수시로 빗어 어마 무시하게 빠진 털을 손바닥에 굴려 동그란 털공을 만든 뒤, 슉! 던져준다. 그러면 작은 발로 빠르게 드리블하며 공놀이를 하는데, 실컷 놀면 젤리고 코가 빨갛게 물든다. 진짜 귀엽다. 그리고 두 번째 함정은 해변 모래보다 고운 고양이 화장실 모래. 이건 아무리 멀리 화장실을 유배해도 젤리 사이사이에 붙여 침대까지 가지고 오니 그냥 포기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가능하면 자주 청소하라.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는 날씨엔 품을 파고들어 동그란 이마를 콩콩 부딪히는데 매우 귀엽다. 심장이 아픔. 글을 쓰는 지금도 무릎 위로 올라오겠다며 그릉그릉 거리는데 아까운 기회이기에, 이쯤 해서 '귀여운 것이 세상을 구한다'는 명제를 믿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고양이를 키울 것을 당부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