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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 Apr 26. 2023

상견례 하는 날

어색한 공기, 분주한 상차림, 배고픈 나. 

지난주 토요일에 상견례를 하였습니다. 결혼식을 서울에서 할 예정이라, 상견례는 남친 본가인 원주로 가기로 했습니다. 원주는 조그만한 도시라 상견례 장소로 몇 군데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남친의 누나도 했던 한정식 집 "고려원 사랑채"에서 토요일 12시 20분에 만나기로 결정했습니다. 남친이 먼저 원주에 가서 부모님 모시고 오고, 우리집은 따로 가서 식당에서 보기로 했지요.


부모님은 어떤 옷을 입고 가야하나, 미리 염색하며 준비를 하셨습니다. 가기 전날 저한테 무슨 옷을 입을꺼냐고 물으시며 엄마와 저는 미리 입어보며 서로 정해놨다지요. 그리고 아빠는 12시 2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주말에 차가 많이 밀리니 8시 30분에는 나가야 한다고 못 박으셨습니다. 


당일 아침에 엄마랑 저는 부지런히 몸단장을 했는데, 아빠의 목이 휑합니다. 넥타이는 어디있냐고 했더니, 없답니다. 엄마가 가까이에 사는 언니들에게 전화해서 형부 넥타이를 가져오라고 하셔서 급히 맸습니다. 너무 오래간만에 넥타이를 하셔서 매는 법도 잊으셔서 제가 얼른 매드렸습니다. 


여차저차 늦어지고 해서 원주에 도착하니 11시 45분입니다. 차 타고 오는 내내 저는 옆에서 잘 자서 얼마나 차가 막혔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미리 식당 주차장에 들어가 한바퀴 돌다가 근처에 유니클로가 보이길래 들어가서 원피스도 한벌 샀습니다. 


남친도 곧 도착한다고 연락이 와 식당에 미리 가서 주차해놓고 기다렸습니다. 한 5분 기다리니 남친 차가 들어옵니다. 


사이좋게 인사하며 식당에 들어가 앉습니다. 그러나 어색한 공기가 흐릅니다. 서로 덕담부터 시작하시더군요. 우리 둘이 잘 만나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줄 모른다 등등.


남친 어머님은 4번째, 우리집은 3번째 상견례라 좀 나은거 같습니다. 예단, 예물, 한복 등 이야기를 나누시며 하나씩 정하시더군요. 우리 엄마도 미리 무슨 얘기를 할지 적어놓고 허심탄회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전 아침에 누룽지만 먹고 가서는 구석에서 열심히 먹었습니다. 비싼 한정식 집이라 다 맛있었습니다. 음식의 색도 참 곱더라구요. 우리 아빠도 워낙 식성이 좋으셔서 부지런히 드셨는데, 남친 아버님은 긴장하셔서 그런지 잘 못드시더라구요. 양가 어머님들의 대화가 끊기면 아버님이 한마디씩 이야기 하셨습니다. 음식도 중간중간에 끊기지 않고 괜찮았습니다. 


아버님이 이제 사돈이라고 불러도 되겠냐며 악수를 청했습니다. 어머님들과 저희도 같이 악수하며 인사를 했지요. 멀리서 오셨다고 문배주를 선물받았습니다. 우리집에서도 엄마가 직접 줍고 빻은 도토리 가루를 챙겨다 드렸습니다. 헤어지고 서울 집에 오니 5시 30분입니다. 이 정도면 잘 한거겠지요? 처음 해봐서 감이 없네요. 밥 한끼 잘 먹고 인사잘하고 왔습니다.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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