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죽음은 단순한 우연인가 아니면 신의 섭리인가
페루에서 가장 멋진 다리가 무너져 여행객 다섯 사람이 다리 아래 깊은 골짜기로 추락했다. 1714년 7월 20일 금요일 정오였다.
이 비극을 목격한 프란체스코회 주니퍼 수사는,
“왜 이러한 일이 하필 저 다섯 사람에게 일어나야 한단 말인가?” 를 이해하고자 했으며,
이들의 죽음이 단순한 우연인지 아니면 신의 섭리인지를 밝혀내고자 했다.
그가 이 사고에서 신의 법칙을 과연 발견 하였는지,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소설에서는 설명되지 않는다.
작가 손턴 와일더(1897-1975)는 300여년 전 페루의 북적거리는 도시 리마로 우리를 데려가서,
그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몬테마요르 후작 부인, 그녀의 몸종 소녀 페피타,
쌍둥이 고아 청년 에스테반,
피요 아저씨와 어린아이 돈 하이메.
작가는 이들 한명 한명의 삶을 상세하게 들여다본다.
왜 그 날 그 시간에 이들이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를 건너고 있었는지,
그 순간에 이들의 삶에 어떤 아픔이 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가냘픈 희망을 품고 있었는지를.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니, 이들은 그날 한순간에 목숨을 잃어서 가엾고 불쌍한 사람들이 된 것이 아니라,
이미 그날 이전에도 큰 고통, 큰 상실의 아픔 가운데, 무거운 인생의 짐을 지고 가고 있던, 이미 충분히 가엾은 사람들이었다.
가장 사랑하는 딸로부터 또한 사랑받기를 갈구하나 무시당함에 슬프고 고통스러운 어머니였고,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서러운 고아 소녀였고,
고아로 서로 의지하던 쌍둥이 형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따라 죽고자 했던 청년이었고,
인생을 다 바쳐 여배우로 성공시킨 딸 같은 여인으로부터 냉정하게 버림받은 남자였고,
병약한 아이였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슬프고 온 마음이 아려오는 경험을 할 줄은 몰랐다. 내가 가본 적 없는 지구 반대편의 페루, 분명 소설 속의 가상의 인물들의 삶일텐데 그 아픔이 나에게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 어머니는 슬픔 속에서, 사랑에 대해 온 세상이 기쁨으로 읊조리게 하는 아름다운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고아 소녀와 청년은 자신을 사랑해 준 수녀원장의 깊은 고통을 온 마음으로 느꼈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나누어 그녀를 위로하고자 했다.
그 남자는 버림받았음에도 그 여인의 병약한 아들을 사랑하여 돌보고자 했다.
이들의 사랑은 그 죽음 이후에도 남아, 그 사랑하는 이들의 삶을 감쌌다.
시간이 흐른 후, 어머니를 잃은 딸과, 아들과 남자를 잃은 여배우는 수녀원장을 찾아가 참회하고자 한다.
사랑 속에는 우리의 실수가 오랫동안 남아있지 않을 거라고.. 수녀원장은 그들을 위로하여 평안을 찾게 한다.
수녀원장의 생각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그러나 우리는 곧 죽게 될 것이고,
그 다섯 사람에 대한 모든 기억은 지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우리 자신도 한동안 사랑을 받다가 잊힐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 사랑이면 충분하다.
사랑을 하고 싶은 모든 충동은 그런 충동을 만들어낸 사랑에게 돌아간다.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땅이 있고,
죽은 사람들을 위한 땅이 있으며,
그 둘을 연결하는 다리가 바로 사랑이다.
오직 사랑만이 남는다.
오직 사랑만이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