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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보현 Mar 31. 2023

내 눈과 마음은 다초점이라고?

   인간의 눈은 그 어떤 최고급 카메라보다도 뛰어나다. 먼 곳과 가까운 곳 사이에서 자유자재로 초점 이동을 할 수 있지 않은가? 멀리 있는 커다란 산을 보다가도, 바로 앞에 있는 나무 한 그루의 줄기에 있는 작은 흠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지. 초점 전환이 즉각적이고 자연스럽지? 인간의 발명품인 카메라는 자연의 발명품인 눈을 결코 따라잡을 수 없겠지?


   인간이 최상급 시야를 가짐으로 인해서, 인류는 세상을 이해하는 두 가지 중요한 관점을 발전시키게 된 건 아닐까? 바로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이다. 우리는 세상의 전반적인 특성을 멀리서 조망할 수 있다. 그러다가도 곧바로 우리 옆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아주 밀접히 들여다보려 할 수도 있다.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에서 보는 것, 넓은 범위를 보는 것과 좁은 범위를 보는 것. 통찰력 있는 사람이라면 두 가지 모두에 능숙할 줄 알아야겠지?


   눈 덕분에 물리적 측면에서 거시적인 시야와 미시적인 시야를 갖게 되었다면, 그런 눈을 가진 우리는 사상적 측면에서도 거시적인 관점과 미시적인 관점을 모두 발전시키려 해야 하지 않을까? 나무줄기에 난 상처와 흠만 볼 것이 아니라 웅장한 산맥을 볼 수도 있어야지. 웅장한 산맥만 볼 것이 아니라 바로 앞에 있는 나무의 아픔과 고통을 헤아릴 수도 있어야지.


   내가 사용하는 이 눈이 자유 초점 변환 기능을 탑재한 것에 감사한다. 이런 눈을 갖고 태어난 우리는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역량도 타고난 것이지 않을까? 우리의 마음에도 자유 초점 변환 기능을 발전시키면 어떨까? 거시적 시야와 미시적 시야 모두로 세상과 사회를 바라보는 거다.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는 두 가지 관점이 모두 필요하겠지. 마음의 눈의 초점을 먼 곳에도, 가까운 곳에도 둘 수 있는 통찰력을 연습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우리 마음에 다초점 렌즈를 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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