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다물 수 있다. 눈은, 감을 수 있다. 코는, 닫을 수 없다. 귀는, 닫을 수 없다. 왜 입과 눈은 닫을 수 있을까? 왜 코와 귀는 닫을 수 없을까?
입을 닫을 수 있다는 건, 경우에 따라 말하는 걸 제어하라는 의미이다. 말하기는 조심해야겠지? 말하기 전에 생각해야 한다. 눈을 닫을 수 있다는 건, 경우에 따라 보는 걸 제어하라는 의미이다. 마음에 해로운 장면들은 보아서는 안 된다. 바라보기는 신중해야겠지?
코를 닫을 수 없다는 건, 계속 숨을 쉬고서 생명을 보존하라는 의미이다. 살아 숨 쉬는 게 힘든 역경이 닥쳐도 스스로 쉬이 목숨을 끊지 말라는 것이겠지? 귀를 닫을 수 없다는 건, 잔소리 같은 말도 잘 들으라는 의미이다. 누군가가 조언으로 나를 일깨워 줄 때 수용하려 해야 한다. 듣기는 진중히 해야겠지?
이상적인 수면 상태로 한정한다면, 우리가 잠을 잘 때 입과 눈과 코와 귀는 어떤 상태인가? 입은 닫혀 있고, 눈도 닫혀 있고, 코는 열려 있고, 귀도 열려 있다. 입과 눈은 잠시 닫고 있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코와 귀는 잠 잘 때도 열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오랜 암흑 같은 밤에도 살아 숨 쉴 수 있으며, 외부의 일깨움을 듣고서 다시 일어설 기회를 맞이할 수 있지 않겠는가?
입과 눈만 닫고 있으면, 우리는 그것을 잠이라 부른다. 그것은 휴식을 가능하게 한다. 인생의 쉼표가 되어 준다. 그런데 입과 눈에 더해 귀와 코도 닫고 있으면, 우리는 그것을 죽음이라 부른다.그렇게 폐쇄적인 사람이 되어 버리면 돌이킬 방도가... 인생의 마침표가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