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꽃들이 연이어 활짝 만개한다. 진달래, 벚꽃... 활짝 풍성하게 핀 벚꽃 나무는 다홍색 점과 하얀색 점이 적절히 섞이어 그려진 점묘화 같다. 하나의 정통 회화 작품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꽃이 가지에 건강하게 매달린 순간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벚꽃이 바람에 휘날리며 가지에서 떨어지는 마지막 이별의 순간도 아름답다. 이를 벚꽃 바람이라 이름 붙이면 어떨까? 바람 따라 떠다니는 하얀 분홍빛 꽃잎들은 그 순간 회화 미술의 범주를 벗어난다. 이제 이것은 공공 거리의 설치 미술 작품으로 거듭난다. 봄의 꽃은 절정을 지나 대단원으로 향하는 그 순간, 살아 움직이는 미술로 변한다.
개화의 절정은 회화 미술이라면, 분화의 대단원은 설치 미술이다. 봄은 마지막 단계까지 우리에게 아름다운 경험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