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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보현 May 01. 2023

술 - 생명력을 포착하는 기묘한 액체

 

  고단한 하루의 끝에 마시는 걸쭉한 막걸리 한 잔은 만만해서 좋다. 그보다 좀 더 풍부한 여유로움을 마셔내고 싶을 때는 와인 한 잔 하면 마음이 아름다워지네.


   난 묽은 소주와 같은 증류주보다는 내면에 포도나 인삼이나 곡식과 같은 또 다른 생명력을 녹여낸 담금주가 더 좋다. 묽은 알코올 액체 안에 자연의 결실이 오랫동안 고스란히 담겨있는 양상이 참 신묘하지 않는가? 술은 생명력을 녹여내고 생명력을 담아낼 수 있는 힘이 있다. 술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온 통조림과 같다. 통조림 안에 생산물이 고이 오랫동안 담길 수 있듯이, 묽은 술 안에는 자연의 산물이 알딸딸하게 담가질 수 있지 않은가? 이것이 술이 가진 특별한 포착 능력이다!


   포도주에는 포도의 생명력이 짓이겨져 숙성된 채로 녹아 있다. 인삼주는 삼의 혼이 고스란히 그리고 은은히 빛을 내게 한다. 막걸리는 쌀이나 밀 낱알이 산산이 갈린 채로 물 같은 술과 '물알일체'를 이루고 있다.


   우리가 술 한 잔 할 때, 단지 알코올 한 잔 하는 게 아니다. 알코올이 포착해 내는 생명력 한 잔 하는 거다. 우리가 술 한 잔 할 때, 단지 알코올에 취하도록 마시는 게 아니다. 알코올이 오래 담아낸 생명력을 한 잔 하는 거다. 이러한 사실이 우리에게 올바른 술 복용법을 시사해주지 않을까? 분별력 있게 마시는 담금주는 생명력을 담아내는 용매이며, 조물주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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