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명품관

by 막둥님

아직도 난 화려한 명품관이나 눈부신 보석들이 진열된 주얼리숍보다 팬시 숍이나

문구류가 잔뜩 진열된 문구점에 들어설 때가 더 설렌다.

반짝이는 보석들보다 더 나의 눈길을 끄는 건 투명한 진열장에 가지런히 진열된 고급 진 볼펜이나 만년필이 더 설렌다. 그냥 바라만 봐도 좋다. 내 것이 안 돼도 좋다.

그 정도야 큰 맘만 먹으면 내 것이 될 수도 있다.

형형색색 볼펜들이 꽂혀 있는 진열대에서 글씨 잘 써지는 볼펜을 찾을 땐 너무 행복하다.

예쁜 다이어리, 예쁜 메모지, 예쁜 카드, 예쁜 스티커

해외여행 가서 문구점에 들어가 문구류를 사 오는 사람도 흔하지는 않을 듯하다.

나이가.... 환갑인데

철이 아직 안 들었나? 나이를 언제부터인지 잊고 살았다. 잊은 거보다는 마음은 아직

환갑이 아니니 마음의 나이에 맞추어 살아갈 거다.

누가 나이는 숫자에 불가하다고 했는데, 아마도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의 삶에서 나온 거 같다.

나도 젊어서는 나이 든 사람들은 그냥 처음부터 나이를 가지고 살았는 줄 알았다.

내가 그 나이가 되어보니, 50이 되어도 60이 되어도 마음은 늘 그때이다.

그때란 내가 가장 젊고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겠지.

잘 써지는 펜을 발견하는 건 마치 나에게 꼭 맞는 옷을 찾은 거처럼 감동이다.

선에 잡히는 느낌과 종이에 써 내려가는 글씨가 만족스러울 땐, 그 볼펜은 나의 애착 물건이 된다.

누가 빌려라도 가면 마음이 그때부터 불안해진다. 혹 안 돌려줄까 봐.

언젠가부턴 맘에 드는 볼펜은 미리미리 쟁여둔다. 누가 빌려달라 하면 그냥 준다.

그래야 내 맘이 평안하다.

어른이 되면 나의 관심사가 바뀔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난 고급시계나 가방 보석엔 관심이 없다.

은퇴 후의 삶이라 경제적인 여유도 따라주지 않지만, 예전이나 지금도 마찬가지다.

즉 없어서 못 사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거다.

아직도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건 문구류 앞이고, 그 작은 세계가 나에겐 명품숍이다.

각박하게 살아가는 삶 속에서 작은 감동을 준다.

예쁜 카드에 꼭꼭 눌러쓴 손글씨가 남아있고

적은 금액이라도 예쁜 봉투에 담아줄 때 남아있다.

아무리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작은 행복이 삶을 잃지 않는 중심이 되어 줄 때도 있다.

더 시간이 흘러 나의 숫자는 더해가도

나의 마음과 나의 시간은 문구점 앞에 멈추어 있을 거다.

눈을 반짝이며, 하나하나 손끝으로 느껴보며 그 속에서 나를 설레게 하는 무언가를 찾아

여전히 서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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