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도착한 마음

by 막둥님

너무 오랜 시간 서로의 안부를 전하지 않고 지냈다.

서로에게 연락을 하지 않게 되는 건, 큰 이유가 있어서가 아닐 때가 많다.

바빠서, 어색해서, 혹은 그냥 '나중에' 하겠다는 마음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그렇게 몇 달, 몇 년이 지나간다.


오늘 아침, 휴대폰에 문자가 도착했다.

스팸인가 싶어 한참을 들여다봤다.

요즘은 낯선 번호나 짧은 메시지에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얼마 전, 내 구글 계정이 해킹당한 일이 있었다. 외국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으로 계좌를 건드렸고, 한동안 내 일상이 흔들렸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왔던 순간.

그 이후로 나는 더욱 경계하게 됐다.

웬만하면 새로운 가입도 하지 않고, 필요하지 않으면 온라인 쇼핑도 피하게 됐다.

결제 하나를 하려 해도 제삼자에게 내 정보를 넘기는 것이 불편하다.


요즘은 통신사부터 시작해, 보험사, 금융기관, 이상한 링크까지… 나를 노리는 듯한 알림 들이 계속 도착한다.

그래서 문자 하나를 받아도 두 번, 세 번을 들여다보게 된다.


하지만 다시 확인해도, 오늘 아침의 문자는 스팸이 아니었다.

익숙한 이름, 익숙한 말투.

“편할 때 통화하자.”

그 말에 마음 따뜻해졌다.


사실 나도 늘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운 얼굴, 궁금한 안부.

하지만 내 마음이 닿지 않았던 걸까.

오래된 편지가 어딘가에 걸려 있다가, 시간의 먼지를 털고 툭— 하고 내 앞에 도착한 듯한 기분이었다.


살다 보면 누구나 마음속에 한 사람쯤은 잊지 못할 사람이 있다.

좋았든, 아팠든, 고마웠든.

그 존재는 우리의 시간 속에 고요하게 남아 있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다.

오래 연락하지 않아도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에서 살아 있는 사람.

그 사람에게 언젠가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혹시 불편해하진 않을까, 지금은 아닐까, 망설이다 놓친 순간들이 쌓여 지금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사람이 먼저 다가와 주었다.

짧고 조심스러운 한 줄의 안부가, 생각보다 더 깊게 내 마음을 두드렸다.


우리는 때로 말보다 '침묵'으로 서로를 잊지 않고 기억한다.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잊을 수 없어서 말없이 기억하는 관계도 있다.


오늘, 나는 생각해 본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일 수 있을까.

누군가의 마음속에,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사람.


툭— 하고 도착한 한 줄의 문자.

그 짧은 말이 오늘 하루, 오래도록 내 안에 머문다.


혹 안부를 미루고 있는지요....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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