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누구나 조언자가 필요할 때가 있다.
어떤 선택 앞에 섰을 때,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길인지 두려워질 때, 혹은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을 때. 그럴 때 곁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삶의 흐름을 조금 멀리서 바라보며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줄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출애굽기 18장을 읽다 보면, 그런 조언자의 모습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애굽을 나온 모세. 광야라는 거친 여정을 지나며 그는 수많은 백성의 지도자가 되어 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세는 그들의 송사를 듣고 재판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그런 모세에게 그의 장인 이드로가 찾아온다.
그는 단순히 가족을 방문한 노인이 아니었다. 이드로는 모세의 인생을 잘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어떤 일을 하셨는지를 듣고 기뻐하며 찬양하는 신앙인이었다.
“이제 내가 알았도다. 여호와는 모든 신보다 크시다.”
그는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고백하고, 하나님께 번제를 드리며 예배한다. 단순한 감동을 넘어서 삶으로 하나님을 높이는 사람이었다. 그런 이드로가 모세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가 이같이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니라.”
그는 모세가 혼자서 모든 일을 감당하려는 모습을 보고, 그것이 모세에게도, 백성에게도 좋은 방법이 아님을 지적한다. 그리고 대안을 제시한다.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을 세워 일을 나누라고. 모세는 하나님께 여쭙고 율례를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라고.
모세는 이 말을 겸손히 받아들인다.
위대한 지도자라 할지라도,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할 수는 없다. 아니, 혼자서 하려는 것이 때론 가장 큰 실수일 수도 있다. 이드로의 조언은 단순한 행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질서를 세우는 깊은 통찰이었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며 자연스럽게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과연 누구의 조언을 듣고 있는가?
나는 조언을 기꺼이 받아들일 만큼 겸손한가?
그리고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조언자가 되어준 적이 있는가?
살면서 가끔은 조언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누가 나를 훈계하는 것 같고, 내가 무능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아서 괜히 반발심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따뜻한 진심에서 비롯된 말은, 내 삶의 방향을 바꿔줄 수도 있는 소중한 등불이 될 수 있다.
나는 요즘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다.
내 삶에 이드로 같은 조언자가 있기를.
내 상황을 멀리서 조망해 주며, 내가 보지 못한 그림을 보여주는 사람. 때로는 격려로, 때로는 따끔한 말로, 나를 다시 하나님 앞으로 이끌어주는 사람.
그리고 동시에,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걸어온 시간, 내가 겪은 실패와 회복, 그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다면. 내 인생의 조각들이 헛되지 않게 쓰이는 길,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길이 아닐까.
출애굽기 18장은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하나님의 사람 곁에는 언제나 지혜로운 조언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조언자는, 하나님을 먼저 찬송하며 예배하는 사람일 때 진짜 조언자가 된다.
오늘 나는 조용히 기도한다.
나의 삶에도 그런 이드로가 있기를.
그리고 내가 누군가의 이드로가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