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첫 짝사랑 이야기

by 막둥님

5살 먹은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어른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난 5살짜리 아이에게 첫사랑보다 더 크고, 더 깊은 설렘을 느꼈다.

그 아이는 내 평생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네잎클로버를 찾아냈다.

60 평생 살면서 그렇게 찾아보고 싶었는데, 내 눈에는 한 번도 보이지 않던 네잎클로버가, 그 작은 아이의 눈에는 그렇게 또렷하게 보였나 보다.

“나 줘라.”

나는 간절히 청했지만, 아이는 단호하게 거절을 했었다.

그러다 이내 협상이 들어왔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유아용 매니큐어를 사주면 준다는 것이다. 어디서 들었는지, 아마도 친구에게서 전해 들은 모양이었다. 나는 당연히 “좋다”라고 대답했다.

드디어 손에 들어온 네잎클로버. 그걸 들고 점심을 먹고는 백화점으로 향했다. 나는 더 예쁘고, 더 좋은 걸 당장이라도 사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백화점으로 가는 길, 아이가 갑자기 내 손을 살짝 잡더니 손깍지를 껴왔다. 그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새침데기 같은 다섯 살 여자아이는 지금까지 엄마 아빠밖에 몰라 은근히 서운했던 적이 많았는데, 그날은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나는 그 순간이 깨질까 봐 숨조차 멈춘 채, 얼음처럼 굳어 조심스럽게 있었다.

아이의 작은 손에는 반지가 하나 끼워져 있었다. 그러더니 반지를 빼서 통을 열어 달라고 했다.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하트 모양 가방 속에는 색색의 반지가 가득 들어 있었다. 몇 개나 있는지 세어 보는데, 맞지 않는 숫자를 말하면서도 그 진지한 표정이 너무 귀여웠다. 그러다 반지 하나를 꺼내더니 내 손가락에 껴주었다. 다행히 내 손가락에 들어갔다. “나 이거 끼고 있어도 돼?” 하고 물으니, 그러란다. 그 말 한마디에 나는 마음속으로 백화점을 통째로 사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백화점 안에 아이들용 텐트가 전시되어 있었다. 요즘 아이가 집에서 매트를 쌓아 올려 텐트처럼 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구경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할머니가 사줄게, 골라보라"라고 했더니, 옆에서 아빠가 “비싸서 안 된다"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듣자 아이는 아무런 투정도 부리지 않고 바로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순간 놀라웠다. 아이의 아빠가 어렸을 적엔, 원하면 사줄 때까지 울고 떼를 썼던 기억이 있는데, 정작 그의 딸은 의연하게 그 자리를 지나가 버렸다.

한참을 둘러봤지만 약속했던 매니큐어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다른 작은 장난감을 하나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갈 시간이 되자, 내가 농담처럼 “오늘 자고 가라”고 했더니 아이가 대답한다. 혼자 자는 건 처음이라 쉽지 않겠지만, “잠옷이 없어서 안 된다"라는 이유였다. 그 순간 나는 다시 협상을 시도했다. “다음에 잠옷 가지고 와서 자고 가면 매니큐어 사줄게.”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바로 쿠팡을 열었다. 없는 게 없는 쿠팡, 그것도 새벽 배송이니 내일이면 금세 도착할 터였다.

그렇게 다섯 살 여자아이와 보낸 반나절.

나는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겪지 못했던 감정을 경험했다. 내 인생에는 ‘짝사랑’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았는데, 그날은 달랐다. 아이와 손을 잡고 걷던 순간, 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던 순간, 그리고 그 단호한 협상의 목소리까지. 그 모든 시간이 내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나는 지금, 다섯 살 여자아이와의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짝사랑 속에 빠져 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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