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정말 엄청난 경험을 했다. 휴먼과 산책을 하는데, 내 엉덩이에서 이상한 소리와 함께 바람 같은 것이 ‘뿡’ 하고 나왔다. 처음엔 나도 놀라고, 휴먼도 소리 나는 곳을 두리번거리며 찾았다. 사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는 걸. 하지만 모르는 척 가만히 자리에 앉아 휴먼을 지켜봤다. 휴먼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걸으니 나도 모른 척 따라 걸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뿌웅!’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번엔 소리가 더 컸다. 나도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렸다. 내 안에서 이렇게 엄청난 가스가 폭발적으로 나오는 건 처음이었다. 휴먼이 “너 방귀 뀌었어?” 하고 웃었는데, 나는 휴먼들만 하는 건 줄 알았던 걸 내가 하게 되다니! 순간 부끄럽기도 하고, 내 위력이 스스로도 놀라웠다.
요즘 들어 휴먼이 내 언어를 다 알아듣는 것 같다. 예전엔 내가 뭔가를 말하면 “시끄럽다” 하고 조용히 하라고만 했는데, 요즘은 내 말을 묻고, 들어주고, 반응한다. 감동이다. 며칠 전에도 배가 고파서 밥을 달라고 짖었더니 휴먼이 “배고파?” 하며 바로 밥을 챙겨줬다. 그런데 밥을 먹으려는데 휴먼이 갑자기 청소기를 돌리는 게 아닌가. 윙- 하는 소리가 정말 정신을 사납게 했다. 조용히 밥 좀 먹고 싶은데 안방에 청소기가 들어가길래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항의했다. 놀랍게도 휴먼이 “왜? 청소기 때문에 밥을 먹을 수가 없어? 청소기 방에서 못 나오게 할까?” 하더니 방문을 닫아주는 게 아닌가. 순간 나는 당황했다. 예전 같으면 휴먼이 오히려 나에게 더 큰소리로 “시끄럽다!”라고 했을 텐데, 이번엔 내 말을 알아듣고 조용히 해준 것이다. 그날 나는 정말 우아하게 식사를 마치고, 개껌으로 입가심까지 하며 완벽한 식사를 즐겼다.
또 다른 날은 소파에 올라가려는데 계단이 삐뚤게 놓여 있어서 올라가다 발이 빠질 것 같았다. 위험해 보여서 휴먼을 불렀지만 눈치를 못 챈다. 답답해서 다시 짖으며 계단을 바로 놓으라고 말했다. 그제야 휴먼이 “아… 계단 똑바로 놓으라고? 막둥이 위험하다고?” 하며 계단을 바로 잡아주었다. 그 순간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정말 기적 같았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우리 휴먼은 무려 10년 만에 ‘개소리’를 터득했다.
사실 그동안 나는 많은 걸 참고 기다렸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휴먼이 “시끄럽다” 하고 윽박질러도 꾹 참고, 천천히 가르쳤다. 그 결과 이제야 기다림의 보람을 본다. 휴먼의 배움은 조금 늦지만, 마음은 착하다. 그래서 나도 참을성을 발휘했다. 이제는 휴먼이 내 말을 이해해 주니, 그간의 개고생이 헛되지 않았다.
나는 휴먼에게 뽀뽀도 해준다. 그런데 왜 내가 뽀뽀하고 나면 휴먼은 꼭 입을 닦을까? 앞으로는 개예의(犬禮儀)도 차근차근 가르쳐주려 한다. 휴먼, 내 뒤를 잘 따라와. 이제는 휴먼도 나처럼 나를 이해하고, 나도 휴먼을 이해하며 살아가면 된다. 10년이 걸렸어도 괜찮다. 우리는 결국 서로의 말을 배우고, 마음을 읽게 되었으니까. 그게 우리만의 기적이고, 우리가 함께 걸어온 시간의 선물이다. 오늘도 나는 휴먼과 산책을 나서며 속으로 생각한다.
“휴먼, 이제 진짜 나와한 가족이네. 나도 휴먼을 더 사랑해 줄게. 근데 가끔은 방귀도 좀 이해해 주라. 그건 나도 어쩔 수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