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야기
정말 많은 휴먼들이 왔었다.
나야 뭐, 간식 많이 먹어서 좋았다. 휴먼들은 이 시기를 “명절 연휴”라고 부른다. 명절이 뭔진 잘 모르지만, 하나 확실한 건 그때마다 집이 북적이고 냄새가 아주 고소해진다는 거다. 냄새가 좋으면 마음도 즐거워지니까, 나는 명절이 싫지 않다.
휴먼들은 이때 음식을 엄청 많이 만든다. 전에 고기를 물에 담가 놓은 걸 봤을 때, ‘오! 내 밥이다!’ 싶어서 한 점 먹었는데, 그 뒤로 아주 “몹쓸 개” 취급을 받았다. 바닥에 있길래 내 건 줄 알았는데, 휴먼들은 참 알 수 없다. 냄새나는 건 다 나 주려고 두는 게 아닌가 보다.
명절엔 낯선 휴먼들도 온다. 그중엔 좀 무서운 휴먼이 있다. 머리카락이 없고, 등치도 커서 걸음소리만 들어도 긴장된다. 그런데 꼭 내 방석에 앉는다! 아주 편하다며 내 자리를 뺏어 앉아 있는 걸 보면 속으로 “그건 내 건데요…”라고 중얼거린다. 또 다른 휴먼은 아무도 안 볼 때 나를 살짝 때린 적도 있다. 정말 이상한 휴먼들이다. 그래도 나는 착한 개니까 그냥 모른 척했다.
이번 명절에는 작은 휴먼이 오래 머물렀다.
놀이터도 같이 가고, 게임하는 곳인지 불빛 많은 곳도 같이 갔다. 하지만 작은 휴먼이 오면 이상하게도 내 존재감이 사라진다. 모두의 시선이 작은 휴먼에게만 쏠린다. 그래도 나는 어른이니까 참는다. 나이가 많다는 건, 좀 억울해도 참는 법을 안다는 뜻이니까.
어느 날, 작은 휴먼이 우리 휴먼에게 벨로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다. 벨로는 작은 휴먼 외가에 사는 강아지인데, 나보다 한 살 많고, 수놈이다. 처음 봤을 땐 목소리 크고, 잘난 척하는 느낌이었는데, 작은 휴먼은 벨로를 아주 자랑했다.
“벨로는 숟가락 젓가락으로 밥도 먹고, 짖지도 않고, 혼자서도 잘 자!”
정말 기가 찼다. 나는 숟가락 젓가락 없어도 밥 잘 먹고, 혼자서도 잘 자는데!
그래도 억울함은 삼켰다. 어른은 괜히 싸우지 않는다니까.
요즘 휴먼 세상은 참 신기하다.
작은 휴먼은 그림 잘 그리는 강아지 얘기를 했고, 우리 휴먼도 요리하고 춤추는 강아지 영상을 종종 본다. 세상엔 그렇게 재주 많은 개들이 많나 보다. 나도 그림을 배워보고 싶다. 태권도는 좀 무서울 것 같고, 대신 무용은 괜찮을 것 같다. 발끝으로 살짝 돌면서 꼬리를 휘리릭, 얼마나 우아하겠어.
사실 작은 휴먼의 엄마가 요즘 아픈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우리 휴먼이 더 신경을 많이 쓴다. 나는 그 마음을 안다. 그래서 이번엔 질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 옆에 조용히 앉아서 꼬리를 살짝 흔들어 주기로 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위로다.
명절이 끝나면 다시 조용한 집으로 돌아온다.
냄새도, 웃음소리도, 발소리도 사라진다.
하지만 나는 안다. 잠시 떠났던 휴먼들이 또 올 거라는 걸.
그때가 되면 또 북적거리고, 또 간식을 많이 먹겠지.
그래서 오늘은 조금 더 자고, 조금 더 기다려야겠다.
“휴먼들아, 명절이 뭐든 상관없어.
너희가 오면 나는 그냥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