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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Jul 21. 2020

우리가 애정 했던 맨해튼 미드타운

#12. 맨해튼 데이트 1탄

코로나로 어쩔 수 없는 롱디 커플이 된 후부터 '우리 같이 갔던 거기 좋았는데~', '그 집 파스타 진짜 맛있었는데!' 하는 추억팔이가 부쩍 늘어났다. 가까이 지낼 땐 이번 주말엔 어디 가서 뭘 할지, 휴가철엔 어딜 여행할지 고민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코로나가 참 많은 걸 바꾸는구나 싶었다.


최근 우리가 얘기 나눴던 추억은 딱 작년 이맘때쯤의 맨해튼 주말여행이었다. 


그가 살고 있는 롱아일랜드에서는 LIRR(Long Island Rail Road)라는 기차를 타고 1시간 반 정도, 내가 살고 있었던 뉴저지에서는 NJ Transit 버스를 타고 30분이면 맨해튼 미드타운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통 토요일 점심때쯤 만나서 일요일 저녁까지 놀곤 했는데, 그때 그 주말도 그런 일정이었다.


NJ Transit 버스를 타고 미드타운에 도착하면 Port Authority Bus Terminal이라는 곳에 내린다. 처음 미국으로 건너왔을 땐, 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New York Times 건물이 어찌나 멋있어 보였던지... 높디높은 건물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도로에 즐비한 노란 택시를 보고 심장이 많이 두근두근 했던 것 같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부작용)


LIRR을 타고 오는 그는 Penn station에서 내렸었는데 그 주변에 우리가 정말 애정 하는 라멘집이 있어, 내가 주로 Port Authority Bus Terminal에서 Penn station까지 걸어 내려갔었다. 41번가에서 33번가까지 8블록 정도만 쭉 걸어내려가면 됐는데, 10분 남짓한 그 짧은 순간에 거울을 몇 번이나 다시 보고 옷매무새를 얼마나 점검했는지 모른다.


Penn station 앞 Madison Square Garden. 쾌청했던 하늘.


우리들의 첫 번째 데이트 코스는 라멘집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니겠는가. 사실 체인점이라 처음엔 좀 꺼려졌지만 일본 본점에서 먹어봤던 맛과 비슷해서 맨해튼에 나가면 늘 찾는 우리 커플 단골집이 되었다. 독서실 책상처럼 자리마다 칸막이가 쳐져있고 앉았을 때 바로 앞 가림막(?) 가림 발(?) 같은 것이 서버분들과 연결되는 창구였다. 이 곳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받는 것이 가능했다. 라멘 안에 들어가는 재료와 매운맛 정도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어 우리 같은 국제커플에게 안성맞춤! 


테이블 모습. 왼쪽 벽면에 걸려있는 추가 주문서로 면이나 토핑 추가가 가능하다.


주로 매운맛 중간 이상으로 해서 먹었는데, 신라면 정도의 맵기였다. 침 넘어간다...


보통 주말 점심/저녁 시간대에는 늘 웨이팅이 있었다. 자리가 금방 빠지는 편이긴 하지만, 건물 밖에서 줄을 서야 해서 덥거나 추운 계절엔 식사 시간대를 조금 피해서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01. 이치란 라멘(Ichiran Ramen)

주소 : 132 W 31st St, New York, NY 10001

가격 : The Classic Tonkotsu Ramen $18.90, Asahi super dry draft beer $6.90 정도

홈페이지 : https://www.ichiranusa.com/


라멘에 맥주까지 마셔서 든든해진 배를 안고 미드타운 산책을 했다. 라멘집에서 6번가를 따라 쭉 10분 정도 걷다 보면 Bryant Park가 나오는데, 여름날 주말 밤이라 그런지 잔디밭에서 공연을 하고 있어 우리도 같이 앉아 봤었다.


그날 공연은 셰익스피어 연극이었는데, 옛날 영어(?)라고 해야 할까... 한국어로 치면 나랏말싸미 느낌의 대사여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게 많이 없었다. 그가 미국인 중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사람 많으니 상심해하지 말라며 다독여주어 그마나 괜찮았는데, 그가 그렇게 말해 주지 않았더라면 내 영어 실력에 많이 시무룩했을 것 같다. 여름날엔 잔디밭에 다 같이 드러누워 커다란 빔 프로젝터로 틀어주는 영화도 볼 수 있고, 간혹 이렇게 공연도 열기 때문에 미드타운 쪽으로 놀러 나가는 날이면 꼭 들려보는 공원이다. 바로 옆 Lady M이라는 유명한 케이크 샵도 있고, Blue bottle coffee, Panera Bread도 있어서 커피와 빵, 디저트 등을 테이크 아웃해서 공원에 펼쳐놓고 먹다 보면 도심 속에서 갑자기 힐링하는 기분이 들곤 했다.      


의자에 앉아서 보는 관객도 있었고, 잔디에 누워서 보는 관객도 있었다. 대체적으로 편안한 분위기.


겨울이 되면 푸릇한 잔디밭이 아이스링크장으로 바뀌고 커다란 트리가 세워진다. 딱 한번 크리스마스 날에 이곳에서 스케이트를 탄 적이 있는데 스케이트를 신나게 탈 수 있다기보다는... 'Bryant Park에서 스케이트 타봤다.' 쯤으로 만족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아주 많았다. 그래도 다 추억이니까~


#02. 브라이언트 파크(Bryant Park)

주소 : 5th Ave., 40th and 42nd Sts., New York, NY 10018

홈페이지 :  https://bryantpark.org/ (홈페이지를 통해 그날의 이벤트를 공지한다. 요가/댄스 클래스도 열고 다 같이 하는 빙고게임, 무비 나잇과 같은 프로그램도 있으니 미리 체크하고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산책으로 배도 좀 꺼트렸고 선선한 바람 부는 여름날 저녁이라 우리는 와인을 한 잔씩 하기로 했다. 우리가 간 곳은 SERRA by Birreria라는 루프탑 레스토랑인데,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한 20분쯤 꽤 걸어야 하는 거리지만 걸어 내려오는 길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있고 한인타운도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


이 곳은 인테리어가 너무 예쁘게 잘 되어 있어서,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하는 여자라면 누구든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Eataly라는 이탈리아 식재료와 음식들을 파는 곳 꼭대기 층에 위치해 있는데, 북적북적한 곳에서 SERRA 방문자 전용 엘리베이터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처음 찾아가는 사람이라면 좀 헷갈릴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제일 먼저 마주하는 벽. 이 공간조차 너무 예뻤다.


처음 이 곳을 들어서면 레스토랑 한가득 꽃으로 뒤덮여 있는 광경을 보고 꺅-하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다. 우린 밤에 방문한 거라 분위기 있는 화려함이었지만, 낮 시간대 방문한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뭔가 그리스 로마시대에 꽃이 주렁주렁한 야외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느낌일 것 같았다. 여기서 로제 와인을 글라스로 두 잔 시키고 캐주얼하게 서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갔다.


안쪽에 앉아서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우리가 있었던 곳은 캐주얼하게 서서 칵테일/와인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이었다.


맛있었던 로제 와인. 가격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글라스당 10불 후반~20불대였던 것 같다.


#03. 세라 (SERRA by Birreria)

주소 : 200 5th Ave, New York, NY 10010

홈페이지 : http://eataly.com 

기타 : www.opentable.com (예약은 오픈테이블을 통해 하는 게 조금 더 편리하다. 주말엔 사람이 많으니 미리 예약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 날 저녁이 우리가 좀 더 깊은 대화를 하기 시작한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 학창 시절, 가장 친한 친구들 이야기 등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나는 이때 그에게 많-이 끌렸던 것 같다. (조명도 어둑어둑한 데다 와인까지 마셨고, 밝은 갈색의 눈동자에 나보다도 긴 속눈썹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얘기하다 호로록 빠져들었다는 게 학계의 정설...)


이렇게 토요일 일정은 마무리되었고, 일요일 아침부터 시작된 액티비티 한 데이트 코스는 다음 편 글에서 다시 소개하려고 한다. 오늘 한국 날씨가 청명해서 그런지 그때 그 여름날 데이트가 유난히 더 많이 떠올랐다. 언제쯤 마스크 없이 신선한 공기 마시며 그때처럼 여행 다닐 수 있을까?




* 장소마다의 오픈 시간, 가격 등 더 자세한 정보를 공유하고 싶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임시휴업인 곳이 많았고 홈페이지 정보 또한 구버전인 것 같아 이 글에는 쓰지 않았다. 방문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홈페이지를 다시 한번 체크하고 가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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