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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Dec 29. 2020

가성비 갑인 한국 양말

#13. 크리스마스&연말 선물로 강추!

20대 중반쯤부터 크리스마스를 챙겼던 것 같다. 교인은 아니지만 연말의 따뜻한 분위기가 늘 기다려졌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원래라면 연인과 함께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는 거리를 걸으며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도 한 끼 하고, 케이크에 와인도 한잔 마시는 분위기였을텐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집콕 신세였다. 만나지조차 못하게 되니 괜히 연말 분위기, 긴 연휴가 더 밉게만 느껴지고 우울해지는 것 같아 물질적으로나마 서운한 마음을 달래 보려 했다.


어떤 선물을 줘야 할까 11월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물론 피앙세 가족들 것까지 챙기려니 머리가 많이 아팠지만 좋아서 하는 일임은 분명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선물 추천 글도 많이 읽어봤고 예산에 맞춰 선물 리스트를 만들어보기도 했는데 다 지나고 보니 가성비 갑, 반응 최고였던 선물은 단연 양말이었다.


'양말 많이 챙겨가. 선물용으로도 좋고 선물할 일 없어도 네가 다 신으면 되니까, 이런 가격에 이런 퀄리티 양말 미국에선 못 찾는다?' 미국으로 넘어가기 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말이었다.


'에이,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비슷하지 뭐' 했는데 사실이었다. 미국에서 양말을 사는 건 마치 집에 스타킹이 널리고 널렸는데 지금 당장 올이 나가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편의점에서 비싼 돈 주고 사는 저퀄리티의 스타킹 같은 느낌이랄까. '아니, 이 돈이면 한국에서 진짜 짱짱하고 귀여운 양말 다여섯개는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생각이 선물을 고르던 그때 딱 떠올랐다. 쇼핑몰에도 크리스마스 선물용 양말들이 저렴한 가격에 올라와있었고 이때다 싶어 장바구니에 마구마구 담았다. '미국인들도 좋아할까? 뭐 좋아하지 않더라도 저렴하니 한 명 한 명 다 챙겨줘야지~'했다. 


결과는 대박. 양말이 메인 선물이 아니었음에도 양말을 가장 좋아해 주었다.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신는 건 물론 피앙세에게서 받은 모든 사진에 내가 준 양말을 신고 있는 가족들이 보였다. 저렴한 가격인 데다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낼 수 있어 너무 좋았던 선물인 것 같다.


혹시, 미국인 가족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면 메인 선물은 안 되겠지만 곁다리로 양말 한 켤레씩 어떨까? 가성비 정말 최고. 적극 추천한다.




아래는 내가 준비한 선물 리스트이다. 돈을 모아야 하는 입장이라 비싼 건 준비하지 못했고 고마운 마음을 담는데 집중했다. 내가 여자라서 그런지 확실히 남자 가족 선물 결정하는 게 많이 어렵고 힘들었다.


 - 여자 가족 : 어그 슬리퍼, 아로마 스프레이, 머리빗, 머리 집게, 곱창밴드, 샤워가운, 캔들, 다이어리, 직접 만든 마스크 스트랩&비즈 팔찌, 양말

 - 남자 가족 : 올인원 로션, 털모자, 장갑, 넥워머, 와플메이커, 후디, 목도리, 게이밍 마우스, 마스크 스트랩, 양말

 

2020년 크리스마스트리. 트리 아래에 내가 보낸 선물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피앙세가 보내온 크리스마스 강아지들 사진. 한 장에 6마리 다 담기가 정~말 힘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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