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식스 플래그
첫 만남 이후 나의 부족한 영어 실력에 실망을 잔뜩 안고 그와 다시 만날 일이 있을까? 했다. 문자는 주고받더라도 자주 만나는 편한 사이는 역시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한 2주가량 지났을 때, 문자로 주고받다 나온 식스 플래그 얘기에 다시 만날 약속이 갑자기 정말 갑자기 잡혔다.
식스 플래그는 뉴저지에 있는 '킹다카'라는 롤러코스터가 굉장히 유명한 놀이공원이다. 무한도전에서도 여기서 롤러코스터를 타며 자장면 먹기 도전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롤러코스터 타는 걸 워낙 좋아했던지라 미국에 오자마자 회사 친구들과 식스 플래그에 가서 시즌권을 끊어두었던 게 기억났고, 그때 마침 시즌권 소지자 1+1 무료 입장 행사까지 하고 있어서 이때다 싶어 내가 먼저 제안했다.
그는 너무나도 흔쾌히 좋다 했고, 내가 살던 집까지 차로 1시간을 달려야 하는 거리인데도 데리러 오겠다고 해주었다. 새벽 일찍 출발할 땐 비가 내렸는데 도착하니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맑게 개어 사람은 없고 날씨는 좋은 그야말로 눈치게임에 성공한 날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 놀이기구란 기구는 다 타보고 나초에 맥주도 한잔씩 했다.
놀이기구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한국, 미국에 대한 이야기, 서로의 모교 이야기,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 등 잘 안되는 영어였지만 수다를 엄-청 많이 떨었고 그 덕분에 자연스레 가까워졌던 것 같다. 그 날 집으로 돌아와 '어쩌면 진짜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 썸타는 누군가가 있다면 놀이공원 정말 강추한다. 놀이기구를 기다리는 시간이 자연스레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식사도 할 수 있고 산책도 함께 할 수 있어 가까워지기 좋은 절호의 기회이다. 단, 볕이 따가운 여름은 피해야 할 것이다. 야외에서 장시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땀냄새도 신경쓰이고, 머리가 떡질까봐 겁나고, 서로 짜증날 수 있다. 주의!
* He said, 할로윈 데이 시즌이 날씨도 선선하고 놀이공원 안에서 이벤트도 다양해 데이트하기 딱이라고 한다. 또는 여름/가을에 많이 열리는 State fair, town fair 등도 잘 활용하면 좋다. 주로 오후에 개장해 밤 늦게까지 운영하니 썸타기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