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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Apr 08. 2020

첫 만남, 더치페이 필수일까?

#01. 첫 만남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그는 센트럴파크 바로 앞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예약해뒀다며 주소를 찍어 보내줬고, 나는 열심히 구글에 올라온 레스토랑 리뷰들을 보며 어떤 걸 먹을지, 어떤 분위기일지 상상했던 기억이 난다. 겨울이었지만 얼마만의 맨해튼 나들이냐며 얇은 검은색 원피스에 가벼운 코트를 하나 걸쳤고, 그에 반해 그는 패딩에 귀마개까지 하고 나타났다. 하하.......


그때, 레스토랑 문 앞에서 그를 처음 본 순간이 이렇게나 생생한데 1년이라니?


첫 만남의 그는 말이 굉-장히 빨랐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롱아일랜드 사투리(?)가 원래 말이 빠른 것이라고 한다. 지금보다도 영어 듣기가 더 안되던 때였으니, 내가 지금 기억하고 있는 사실이 100% 맞는지도 의문이다.

여행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는 밥 먹는 내내 여행 얘기를 했고, 내가 캐나다를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무스(moose)를 모른다는 사실에 그는 열변을 토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리, 역사, 동물 같은 것에 환장하는 그가 그렇게 열변을 토한 게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또, 그는 생각보다 한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으며 북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나보다도 북한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고 비교적 최근이었던 한국의 탄핵 소식이나 여러 가지 정치적인 것도 꽤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이 어디에 붙어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는 미국인이 허다하다 했는데 이 미국인 뭐지? 사람들이 그렇게 조심하라던 옐로우 피버는 아니겠지? 가 내가 느낀 첫인상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속눈썹이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길고 예뻤다. 파란 눈의 미국인은 아니지만, 갈색의 눈에 촘촘하고 길게 난 속눈썹을 보고 있자니 영어에 집중이 안되고 멍-해지면서 속으로 '와- 눈 진짜 예쁘다. 대박'을 연신 외쳐댔던 것 같다.


금요일 저녁이라 맥주를 한잔 했을 법도 한데, 바람이 뺨을 때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추웠고 미국에 살고 있지만, 영어를 쓰는 환경이 아니었던지라 오랜만에 몇 시간 동안이나 영어 듣기를 했더니 어질-해서 그만 집으로 가자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음... 역시 아직 미국인 친구를 사귈 만큼 영어가 되진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그와 결혼을 약속한 약혼녀가 되다니?


Basso56 | 234 W 56th St, New York, NY 10019




* 나는 당연히 더치페이할 줄 알았다. 식사 중 화장실을 잠시 다녀온 사이에 다 계산해놓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다음 약속에선 내가 꼭 밥을 사겠다며 에프터 신청을 먼저 하게 되었다. 미국이라고 해서 칼같이 더치페이 하거나 그런 분위기는 아닌 듯 하니, 참고! 

* He said, 미국 안에서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듯 하지만, 대체적으로 첫 만남에서는 남자가 내는 경우가 많고, 저녁을 남자가 산다면 여자가 커피를 사거나 다음 만남에서 밥을 사는 식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더치페이 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는 건 아니니 때에 따라 센스있게 더치페이 하자고 먼저 말하면 플러스 효과가 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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