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갉아 먹는 삶

난 왜 호주에 간다고 했을까...

by hyun

호주에서 우리는 2년 3개월 정도 있었다.

삶은 언제나 순탄하지 않지만

어째서 내가 가는 이 길은 이렇게 울퉁불퉁한지 모르겠다

첫 출발이 잘 못 되었던건 아닐까 하고 의심해보지만 그 또한 선택이었다.

23년4월1일에 호주에 도착 했는데 24년 9월까지 총 3번 한국에 들어갔었다.

비행기표가 비쌀 때는 넷이서 왕복 1000만원을 하늘에 뿌렸던거 같다.

오늘 발권하고 내일 출발 한 적도 있다

아픈 가족을 두고 유학길에 오른 댓가라고 해야하나...


호주로 아이들을 데리고 유학을 가기로 결정한건 코로나가 터지기 바로 직전이였다.

물망에 오른 뉴질랜드,호주는 국경을 닫았고 그게 풀렸을 무렵 호주로 가는 방향으로 우리의 계획은 정해졌다

남편은 물건을 하나 구입할 때도 나에게 엄청난 비교와 서치를 요구한다.

하물며 유학을 가기로 했으니 나는 거의 열 번도 넘게 브리핑을 했던 거 같다.

돈은 대략 얼마가 들것이며 어디서 마련할 것이며 어디로 어떤 루트로 갈건지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의 계획이 확정되고 시기를 조율하던 때 갑자기

시 어머님이 암에 걸리셨다.

어쩔 수 없이 시기를 미뤘고 나는 어머님의 수술 병간호를 도맡아 했다.

나는 시 어머님을 무척 의지했다.

누구보다 자기 자식 성격을 잘 아는 어머님은 늘 나에게 미안해 하셨고 위로가 되어주셨다.

나는 어머님을 인간적으로 존경하고 사랑했었다.

어머님의 병환은 그 누구보다 나에게 아픔이었다.

사실 남편이나 아주버님은 별 관심이 없었다.

슬픈건지 잘 모르겠었다. 물론 병간호도 한적 없었고

그 때 나는 처음으로 이 집안에서 아들을 낳지 않고 딸만 둘을 낳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어머님의 인생이 한없이 가여웠다.

아버님은 심지어 귀찮아하신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나는 어머님의 병, 그리고 죽음을 가까이서 바라보며

갑자기 무서워졌다.

어머님처럼 될까봐서

어머님이 수술하시고 항암 사이클이 끝난 뒤

영주권 까지 염두하고 가는 유학길이라 나이때문에

더는 미룰 수 없어 떠나기로 했고

이 일로 시아주버님 내외와 사이가 매우 좋지 않게 되었다. 난 전적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어머님은 자식을 위해 떠나는 우리를 이해해주셨다.

나는 그때 내 자식의 미래를 더 생각했던 거 같다.

그리고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걸리면 포기하고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남편은 가자고 동의했고

그렇게 준비했다.


유학준비의 1단계부터 10단계가 있다면 그 모든 건 내가 준비했다.


늘 그랬었다.

그러다보니 그냥 그게 당연해졌다.

남편은 결정을 하는 사람이고 모든 일처리는 내가 했다

집을 사는것도 부동산계약도 은행대출도

서류부터 금리 비교까지


남편의 논리는 하고 싶은 사람이 하라는 논리였다.

둘이 의논하고 결정하는 사안도 너가 더 하고 싶으니 너가 하라는것


집을 살때도 나는 집을 사기싫은데 너가 사고싶은거니 너가 다 알아서 하는거고

유학도 너가 가고싶은거니 너가 다 알아서 하는거다

맞는 말 같았다


나는 결혼 한 뒤로 내가 하고 싶은건 꼭 하려고 했다 그게 무엇이든

지금껏 내가 하고싶은걸 못했으니 지금이라도 해야겠다는 그런 마음이었던거 같다.


호주로 떠나기 전에 어머님 마지막 대학병원 진료를 동행할 때

나는 어머님의 손을 꼭 잡고 꼭 호주에 놀러오셨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아픈 어머님을 두고 가는 내 마음도 편할 리 없었다

전화도 자주 드렸고 아이들 사진도 많이 보내드렸다

하지만 우리가 호주에 오고 어머님은 전이가 되셨고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셨다.

우리는 넉넉한 형편이 아님에도

어머님이 조금만 안좋아져도 바로 비행기타고 한국으로 가서 뵙고 왔었다.

두번 정도 다녀오고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남편을 한국으로 보냈다.


그렇게 나는 호주에서 두 아이들을 돌보며 학교를 다니고 일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내가 왜 미쳤다고 이 고생을 돈들여서 하는걸까...

한번 씩 현타가 쎄개 왔다

그럴때마다 술도 못마시면서 맥주를 밤마다 한병씩 마셨다.

알콜 중독이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무게라에서 찍은 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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