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다는 의미

by hyun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참 없다.
내가 어릴 때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착하다”였다.
마흔 살이 되고 보니 착하다는 말은 딱히 칭찬은 아니었다.
그냥 이용하기 쉬운 아이라는 말에 더 가까웠다.

나는 딱히 고집도 없고, 한눈에 반할 외모를 가진 사람도 아니다.
여중을 나왔는데,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엽서를 엮어 나에게 친한 친구가 되고 싶다며 준 적이 있다.
우리는 중학교 3학년 내내 단짝이 되어 친하게 지냈다.
각자 다른 고등학교에 가면서 자연스레 멀어지긴 했지만,
나는 마흔이 된 지금도 그 친구를 가슴 한켠에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브리즈번 근교

나는 사람들과 잘 지내는 편이고 누구에게나 친절하다.
대학교 때까지도 나는 친구가 참 많았다.
선배, 후배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최선을 다해 마음을 주었다.
여러 사람들과 적당히 친하게 지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여러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 마음을 주던 동안,
내 옆에서 나에게만 깊게 마음을 주었던 친구들은
늘 외롭고 쓸쓸했었다는 것을.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인간관계였는지도.

동전에는 양면이 있듯, 모든 일에는 늘 양면성이 존재한다.
나는 어른이 된 후 내 옆에서 한결같이 있어 준 친구들에게 사과를 했었다.
그때의 미련했던 내 행동에 대해서.

나는 갈등을 겪을 때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싸우는 행위 자체가 싫다.
어릴 때부터 매일같이 싸우는 아빠와 엄마 아래서 자라서 그런 건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처럼 갈등을 겪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싸워야 할 때는 치열하게 싸웠어야 했다.
갈등을 두려워하고 피할 것이 아니라
잘 극복해 나가고 이겨냈어야 했다.

그래서 그런 건지, 나는 지금도 완벽한 어른은 되지 못했다.
잘 자라지 못한 것 같다.
성장의 의미에서가 아니라, 마음적으로 잘 성장하지 못했다.

나는 싸움이 싫었다.
누군가와 갈등을 겪는다는 사실이 나를 많이 힘들게 했다.
그걸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내가 사람을 잘 믿고, 의지하고, 마음을 주면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참 많이 당했다.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조차도.

나의 이 마음은
나의 가장 큰 약점으로 이용되었다.

나는 지금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와 똑 닮은 두 딸 중,
이 성격을 아주 많이 닮은 큰딸을 보면
마음이 많이 복잡해진다.

이 아이에게
무어라 조언해 주며 살아가게 해야 할지.
그게 요즘 내 가장 큰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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