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차가운 공기가 유리창에 맴돌던 날,
뜻밖의 손님처럼 한 마리 벌이 자동차 앞 유리 위에 내려앉았다.
계절의 시계가 이미 겨울을 깊이 딛고 있는데도, 그 벌은 여전히 어디론가 향하려는 듯, 투명한 유리 위에서 떨리는 날개를 조심스레 움직이고 있었다.
따뜻한 계절의 기억만을 간직한 몸이 차가운 유리의 숨결과 마주한 채, 그 작은 생명은 한 걸음도 갈 수 없는 공중에 붙들려 있었다. 그 작은 몸집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떨림이 눈에 들어왔을 때, 겨울 하늘의 깊은 푸르름과 대조되어 더욱 선명하게 마음에 남았다.
아마도 이 계절이 자기 몫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을 텐데, 벌은 한동안 유리창에 기대어 조용히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따뜻했던 계절에 대한 마지막 기억을 더듬기라도 하듯, 어딘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몸속에 남아 있는 듯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인간의 삶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종종 우리가 익숙하게 살아온 온기를 갑작스레 걷어가고, 예기치 않은 계절을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마치 이 벌처럼, 이유를 알 수 없는 낯선 자리에서 잠시 멈춰 서게 된다. 갈 길은 분명한데 발은 얼어붙고, 마음은 서두르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는 순간들. 누구나 그런 ‘겨울의 유리창’을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이 벌의 모습에서 또 다른 의미도 발견할 수 있다.
추위에 짓눌리고 난관 앞에서 흔들리면서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날개의 움직임. 작고 흔들리는 존재라도 자신이 가진 마지막 온도를 다해 바람을 일으켜 보려는 그 태도 속에는, 생명을 지탱하는 의지가 조용히 담겨 있다.
그것은 대단한 성공이나 극적인 극복이 아니라, 그저 “아직 끝내지 않겠다”는 작은 선언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인생도 결국 그러한 연속인지 모른다. 거대한 도약보다 중요한 것은 얼어붙은 순간에도 스스로를 유지하려는 작고 단단한 의지. 그리고 그런 의지가 어떤 날엔 우리를 다시 따뜻한 계절로 이끌어 내기도 한다.
나 역시 삶 속에서 이런 계절을 맞이하곤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이 여전히 달리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세상은 갑자기 나를 멈춰 세우고 찬바람을 들이마시게 한다.
길은 눈앞에 흐릿하게 보이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순간들. 그럴 때마다 마음속 온도는 조금씩 내려가고, 손끝은 금세 얼어붙는다.
그러나 차창 위의 벌은 나처럼 손발이 얼어붙었다고 포기하지 않았다. 날갯죽지에 남은 마지막 힘을 모아 작고 여린 바람을 일으키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나에게 오래도록 울림을 남겼다.
너무 약해서 당장 어디로도 날아갈 수 없을 것 같았지만, 그 작은 몸짓 하나가 끝을 거부하는 조용한 의지처럼 보였다.
사람도 결국 그런 순간에 조금씩 성장하는 것인지 모른다.
한계를 느끼는 계절, 어둠이 조금 먼저 다가오는 계절에도 여전히 나는 살아 있으며, 아직까지 마음 한 편의 따뜻함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 말이다.
그렇게 한참 유리 너머에 붙어 쩔쩔매던 벌이 결국 어디론가 향해 날아올랐다.
작은 곤충이 보여준 얼어붙은 계절을 견디는 작은 용기는 오래도록 마음에 머물렀다. 인생의 겨울을 맞닥뜨릴 때마다 떠올릴 수 있는 조용한 풍경처럼. 아주 작고, 아주 약해 보이지만, 충분히 아름답고, 충분히 강인했던 그 날갯짓처럼….
우리도 각자의 겨울을 그렇게 통과해 나가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