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강 위로 바람만이 낮게 지나가고, 나무들은 잎을 모두 내려놓은 채 서 있었다.
벤치는 비어 있고, 배는 기울어진 채 얼음에 붙잡혀 있다.
모든 것이 잠시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풍경은 아주 오래된 방식으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나는 이런 겨울을 좋아한다.
사람이 줄어들고, 소리가 사라지고, 세상이 최소한의 형태만 남길 때. 초로를 사는 나는 더 이상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떠난다.
여행은 나에게 도피가 아니라 막(幕)이다. 세상과 나 사이에 조용히 내려놓는 얇은 장막. 그 뒤에서 나는 숨을 고르고, 글을 쓴다.
강가에 놓인 차가운 벤치에 앉아 오랫동안 강을 바라보았다.
엉덩이가 시린 것도 나를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밴치에 앉는 순간, 과거가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함께 앉아 있던 사람들, 더 이상 도착하지 않는 약속들, 말하지 못한 문장들. 그래서 나는 오롯이 앉은 자세로 강에 얼어붙은 얼음 위에 그 기억들을 흐투 뿌려놓을 뿐이었다.
비스듬히 얼음에 잠긴 나무는 나를 닮아있었다.
똑바로 서지 못해도 쓰러지지 않고, 물 위로 가지를 뻗은 채 겨울을 건너는 내 모습이 나무에 있었다.
완전하지 않은 각도,
그러나 충분히 살아 있는 자세.
나는 이제 그런 삶을 받아들인다.
균형보다 버팀을, 속도보다 방향을.
얼음 위에 엎드린 작은 배는 한때 움직였던 것의 흔적이다.
이름이 적힌 선체는 아직 남아 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나는 그 배를 오래 바라보다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저런 시절을 지나왔음을 알기 때문이다. 목적지가 분명했던 시간, 그리고 멈춰야 했던 계절.
순간 외로움이 목덜미를 조였다.
그러나 그 외로움은 결핍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사람들 사이에서가 아니라, 풍경 속에서 나를 회수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여행지의 겨울, 낯선 강, 비어 있는 벤치 앞에서 나는 외로움을 극복해야 했다
어쩔 수 없었다 나 스스로 외로움을 끌어들인 것 이기에 ,
해가 낮게 기울 때, 얼음 위에 빛이 길게 눕는다.
나는 그 장면을 마음속에 접어 넣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오늘도 누군가와 마주치지 않았지만, 대신 한 편의 글감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쓸쓸함을 연료로 삼아 조용히 이동하는 삶. 초로의 나는 그렇게, 고독을 여행으로 감싸 안고, 또 한 줄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