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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Jun 07. 2020

대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강점/성격<< 능력 <<<<<<<<< 열망/가치/신념/비전

MBTI(성격유형검사) 워크숍을 하면 사람들이 묻는 단골 질문에 이 성격 유형대로 일을 배치하면 좋냐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그래 보인다. 당사자도 타고 난 성격대로 일을 하면 편할 것이란 생각에 모두 다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윤리적이지도 않으며 별 효과가 없다. 이 성격이나 강점이라는 것은 내 안에 여러 요소들 간에 키재기와 같다. 내가 16가지 성격 유형 중에서 어느 방에서 가장 편한가에 관한 이야기이고, 강점도 내가 가진 특성 중에 상위 특성을 가리킨다. 이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일 뿐이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특출 나다는 것은 아니다. 강점이나 성격보다 중요한 것이 능력이다. 타고난 능력이나 역량과 같은 것이다. 나의 강점을 살리거나, 나의 성격대로 살아가다 보면 그 능력이 제대로 발휘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개인의 행복에 주요 요소가 된다. 강점 연구의 대가인 마틴 셀리그만 교수는 이 강점을 개인의 행복 관점에서 중요성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조직적 관점이나 사회적 성공의 관점에서는 그다지 큰 의미를 두기가 어렵다. 


나는 강점 검사에서 거의 모든 요소가 만점에 나오신 분을 보았다. 그럴 만한 분이다. 대기업 사장단 출신이시며 인격적으로도 훌륭하여 존경하는 분이다. 어떤 사람은 강점이 중간 점수 아래이지만, 그 사람 안에서 상위 점수 순서를 매기기에 그 사람에게도 강점은 나온다. 후자의 강점은 전자의 강점 리스트 하위 요소보다 더 점수가 낮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으로 꼽히는 어떤 분 역시 MBTI 검사를 하면 창의성이 가장 낮은 성격 유형이 나온다. 성격은 엄청나게 꼼꼼하고, 디테일에 강한데 창의성이 높다. 엄밀히 말하면 그 분의 창의성은 노력형 창의성이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창의적인 사람들과 교류하시고, 그걸 글로 쓰신다. 그러니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밖에 없다. 내가 코칭이나 교육에서 하는 강점 테스트는 어차피 함께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강점을 보고 활용하자는 뜻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어깨 펴고 일하자는 뜻이다. 그래야 그들의 베스트가 나오기 때문이다. 선발을 해야 한다면 강점 말고 다른 것을 보라고 한다. 


능력이나 역량은 비교치가 들어간다. 다른 사람에 비해서 뛰어난 능력이다. 최근 개그우먼 김민경 씨가 나이 마흔에 엄청난 운동능력과 근력을 발견하여 화제다. 모든 전문가가 진작에 운동을 했으면 장미란 선수와 우리나라 여성 力士 쌍두마차가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내가 발견을 했건 못했건 다른 사람보다 탁월한 능력이 있다. 우리 딸아이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너무 좋아했다. 스키 선수를 꿈꾸고, 달리기로 학교 대표가 되기도 했다. 중학교 때까지 그녀가 가진 리더십 타이틀은 체육부장 밖에 없었다. 성격 유형도 운동선수들에게서 가장 많이 나오는 성격 유형이다. 너무 원해서 국가대표 전지훈련도 딸려서 보냈다. 훈련 중 딸아이의 가능성에 관해서 물었더니 국가대표 감독님께서 말씀하셨다. “운동선수는 몸에 힘이 있어야 한다. 그게 1부터 10까지가 있다면 따님은 그 힘이 0이다.” 아무리 본인의 강점이 운동이라 할지라도 이러면 스키선수 못하는 거다. 몸에 힘이 없으니, 피겨스케이팅이나 다른 센 힘이 덜 중요한 운동을 권했다. 그런 것은 너무 싫단다. 김민경의 몸을 타고났다면 이미 우리 딸 금메달 걸고 있을 거다. 성격이나 강점이 있어도 능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빛을 발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 능력을 뛰어넘는 것이 있다. 개인의 진정한 열망이다. 이것이 가장 힘이 세다. 왜냐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는 사람들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실패해도 계속 도전한다. 결국 버티는 놈이 이긴다. 그 버틸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는 것이 열망/신념/가치와 같은 것이다. 정말 원한다면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능력도 뛰어넘는다. 유명한 헬스 트레이너들은 김민경처럼 타고난 근력을 가진 사람들보다는 자신의 병약한 몸을, 혹은 다친 몸을 다스리다가 전문가가 되었다. 특히 인생을 길게 봤을 때 그렇다. 능력만 대단해서 어려움을 극복할 필요가 없었거나, 사회성을 개발할 필요가 없었던 사람들은 그 끝에 유명하게 불행해진다. 진정한 열망이 있는 사람들은 그 열망을 달성하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전방위적으로 쏟는다. 오히려 부족한 능력을 커버하기 위한 다른 요소들을 발전시킨다. 시행착오와 들인 시간이 많아서 나중에 빛을 발하게 되면 독보적인 존재가 된다. 인간은 아들러가 말한 것처럼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보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극복하고자 살아가는 것이고, 시시포스가 돌을 정상에 못 올리는 것이 아니라 안 올리면서 일부러 고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부족함이 더 큰 에너지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학교 폭력에 2년간 시달렸던 나는 폭력 없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 그 방법으로 교육을 꼽았다. 그리고 코칭과 강의를 한다. 나는 성격 유형이 엔지니어다. 반도체 개발하는 사람들 중에 많다. 직업 적성검사를 했더니 변호사, 영업사원이 나온다. 강점 검사를 하니 창의성과 사랑이 나온다. 마틴 셀리그만에 의하면 나는 내 강점을 잘 살리고 있다. 이 강점은 개인의 가치관도 반영이 된다. 성격과는 또 다르고, 상황에 따라서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가장 인정받는 나의 경쟁 포인트는 강의와 코칭이다. 이것은 내 성격과 강점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요즘 강의와 코칭에서 사람들은 내가 너무 웃기다고 한다. 유머는 나의 강점 리스트에서 바닥이다. 나는 오히려 진지충이다. MBTI 강의를 마칠 때쯤이면 내 성격 유형을 맞춰보라고 한다. 단 한 명도 맞춘 사람이 없다. 오히려 거의 반대 성격 유형이 나온다. 전문가도 못 맞춘다. 성격은 못 바꿔도 정말 원하는 것이 있으면 행동은 전략적으로 할 수 있다. 내가 가진 열망을 실현하는데 필요하면 연습하는 것이고, 나의 페르소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탁월함이란 서로 상반되는 내적 에너지를 잘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외향성, 깊이 있는 성찰과 창작의 과정을 견뎌낼 수 있는 내향성. 큰 그림을 보는 포괄적 사고와 미묘한 디테일을 관리할 수 있는 섬세함. 이런 것들의 상반된 에너지를 다 잘 다루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보통 그렇다. 진지함과 장난스러움, 여유와 집요함, 포용성과 까칠함. 추진력과 마무리하는 힘. 부족한 점을 발전시키는 노력과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노력. 자신감과 겸손. 이런 상반된 특성을 동시에 가진다. 따라서 한쪽에 치우친 것은 천재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르나 세속적 성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쪽으로 치우친 반 고흐는 이른 나이에 요절하였고,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간 피카소는 살아서 모든 영광을 누렸다. 생긴 대로 살기도 해야 하지만, 적당히 강점을 누르거나 가리거나 부족한 것을 발전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나는 커리어 상담을 할 때도 이런저런 검사들을 한다. 그것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일 뿐이지, 그 사람을 규정짓기 위해서 사용하지 않는다. 맞으면 왜 맞다고 생각하는지, 안 맞으면 왜 안 맞다고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툴이다. 대학원 때, 각종 심리 검사들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를 복잡한 수식과 프로그램으로 계산하던 과목이 있었다. 나에게 너무 어려웠던 그 과목은 겨우 B를 받고 통과했지만, 배운 것은 아무리 잘 설계된 검사도구라도 함부로 신뢰할 수도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내가 무엇을 원하느냐는 것이다. 이런 것은 보통 자신의 부적절함에서 많이 드러난다. 자신의 부적절함을 마주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에게서는 그것이 보통 나오지 않는다. 그 부적절함이 너무 커서 무의식적으로 회피하는 경우도 많다. 너무 가난해서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업가들이 있다. 그러나 가난이 너무 부끄러운 사람들은, 혹은 부자에 대한 질투가 큰 사람들은 오히려 돈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한다. 이것을 마주 보고, 내가 가진 열망을 발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두려움이 용기가 된다. 부적절함이 열망이 된다. 이 과정에서 강점, 나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강점이나 성격 등은 내가 가진 꿈을 이루는 데에 성격이나 능력이 얼마나 받쳐주는지, 받쳐주지 않으면 어떤 것들을 하면 좋은 지 등을 고안하는 데 사용한다. 이것을 마주하고 정면 승부를 하지 않는 한 우리 인생은 계속 갈증에 시달리다 끝난다. 그래서 열망은 훈련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내 내면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서 발견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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