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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아 Nov 01. 2020

오늘 할 일을 미뤄도 괜찮아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어릴 때부터 많이 듣던 말이다. 하지만 계획은 항상 작심삼일이고, 해야 할 일은 미루기 바빴다. 하기 싫어 미루고, 미루고 나서 자책하고 그리고 벼락치기를 했다. 공부든, 숙제든 그 무엇이든. 한 달 동안의 방학 일기를 며칠 만에 썼던 것처럼 지금까지도 항상 미루고 벼락치기를 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벼락치기 중이다.


처음에는 싫어하는 일만 미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잘하고 싶은데 막막한 일들도 미뤘다. 그 부담감이 더 하기 싫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도 미루는 나를 발견하고는 나에게 질려버렸다. 좋아서 등록했던 피아노 수업에 백수라 시간은 남아도는데 연습을 하지 않는 것이다. 수업이 있는 날 진도에 나갈 수 있을 정도만 연습하는 나를 보고 실망했다.


이런 내 모습이 싫어서 바꿔보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계획을 좀 더 현실적으로 세워보기도 하고, 일어나서 하기 싫은 일 먼저 하기로 마음먹기도 했다. 하기 싫은 일을 하게 해 준다는 책도 읽어보고 실천해보려고 했지만 결과는 헛수고였다. 그래서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뭐든지 미루는 사람이구나. 억지로 하려고 하면 안 되는 사람이구나 인정하기로 했다.


미룰 때까지 미루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 나는 가장 집중력이 좋아진다. 그렇다 보니 효율성이 높아진다. 들인 시간 대비 결과물이 빨리 나온다. 처음에는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으로 미루는 버릇을 고치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미루지 않고 조금씩 했을 때나, 몰아서 집중해서 했을 때나 결과물은 비슷하다는 것을. 미루지 않고 조금씩 할 때는 집중력이 생기지 않아 시간만 보낼 때가 더 많았다. 이런 나를 인정해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 더 이상 미루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


가끔씩은 미루다 결국 하지 않는 일들도 있다. 물론 나와의 약속이라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었기에 가능하지만. 예전에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자책을 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준다. 나를 위해 하는 일들이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림: 회사에서 몰아서 열 일하는 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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