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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아 Nov 01. 2020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나요?

보컬학원 등록하게 된 동기부여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으세요?"

살면서 처음으로 출판사 미팅이라는 것을 했을 때 편집자님께서 해주신 질문이었다. 그때의 출간 기획서의 제목도 '나는 나를 덕질하기로 했다'여서 그런 질문을 하신 걸까? 순간 나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방송댄스를 하고 있고.. 그리고.. 아 저 보컬학원에 등록하려고요."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다. 내가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은 나를 위해 해주는 일로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해주고 싶었던 일 중에 오랫동안 실천하지 못한 일이 바로 '보컬학원 등록'이었다.


어릴 때는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노래방에 가도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이 창피했다. 삑사리가 나서 창피해지는 일이 생길까 봐 항상 낮은 음의 노래만 선곡해서 불렀다. 그리고 한 두곡만 부르고 대부분 탬버린만 치고 있었다. 그래서 나 자신이 노래에 소질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마 내성적인 성격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혼코노(혼자서 코인 노래방 가다)가 유행하면서 내가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혼자 코인 노래방에 가면 기본 한 시간은 노래를 불렀다. 그 작은 노래방 부스에 들어가면 이 세상에 나만 있는 것처럼 무아지경이 됐다. 부르다 보니 생각보다 고음이 올라가는 것 같고 재밌어서 유튜브로 고음 잘 부르는 법, 발성법 등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연습했다. 그래도 실력이 늘지 않아서 보컬학원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혼자서 부를 때만 자신 있게 부르는 내가 선생님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을지 겁이 나서 미루고 미뤘다. 몇 년을 고민만 하다가 올해에는 등록해야지 계획만 세우고 매달 다음 달로 미루고 있었다.


출판사 미팅이 끝나고서 약속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다음 주에 보컬학원을 등록했다. 출판사와의 계약은 무산이 됐지만 미루고 미뤘던 보컬학원은 등록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처음에는 보컬학원 원장님 앞에서 노래를 불러보라는 말에 긴장이 됐다. 그리고 평소보다 10배는 더 못 부른 것 같아서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노래를 못하니 배우러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창피함이 조금은 무뎌졌다. 보컬 학원을 등록하고 선생님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 주변 사람들에게 보컬학원을 다닌다고 말하는 일 모두 나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막상 하고 나면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더 재밌게 노래를 즐길 수 있게 나의 단점과 장점을 알게 됐고, 친구들에게서는 재밌게 산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 자신을 위해 보컬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우리가 얼마나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줘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의 부모님, 자식, 배우자, 일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돌보는 일을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분은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나요?


그림: 보컬학원 원장님 앞에서 노래부르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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