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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아 Nov 01. 2020

노력으로 불행이 해결되지 않을 때

덕질의 힘은 힘든시기에 빛을 발한다. 누구나 힘든 시기를 겪게 되고, 그 때 팬들의 위로는 큰 힘이 된다. 그렇듯이 우리 모두 힘든 시기를 겪을 때 자신이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면 좋지 않을까? 스스로 덕질하자는 생각을 떠올린 것도 내가 힘들었던 시기였다.


엄마가 갑자기 아프셨고,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일도 단기 계약직 일을 할 때였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지만 불행은 노력과는 상관없이 찾아왔다. 억울하기도 했고 너무 힘들었지만 엄마를 보살펴야 했기에 힘을 내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버티는 것이 전부였다. 가장 힘든 순간이 오면 버티는 것 외에는 할 것이 없다. 노력으로 이미 일어난 불행은 해결이 되지 않는다. 다만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버틸뿐이다.


그런 내게 힘을 주고 싶었다. 너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위로해 주고 싶었고, 힘들지만 잘 견디고 있다고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힘들면 마음껏 힘들어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평소에 일기를 쓰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더 열심히 일기를 썼다. 그때의 감정들과 힘든 마음을 일기에 쏟아내고 나면 친구와 대화한 것 처럼 속이 조금 후련해졌다. 그래서 매일 하루에도 몇 번 씩 일기를 쓰고는 했다.


크리스마스 때는 내가 나에게 카드를 써줬다. 일기는 많이 써봤지만 나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처음인데 오히려 더 큰 위로가 됐다. 꼭 다른 사람이 내게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 위로가 됐다. 그 동안 잘 견뎌와줘서 고맙다고, 그동안 고생 많았고 앞으로 좋은 일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사랑한다고 편지를 썼다. 그 편지는 지금도 가끔씩 보는데 볼 때마다 기운이 난다.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도 나 자신이듯이 나를 힘이 나게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도 나 자신이다. 힘든 시기를 맞이할 때마다 나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자책하지도 말고, 어떤 힘든 시기도 잘 견뎌낼테니 지금은 많이 힘들어해도 괜찮다고. 내가 나를 믿어주는 것이 가장 큰 덕질이 아닐까 싶다.


사진: 2017년도 크리스마스때 나에게 썼던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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