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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아 Nov 23. 2020

자유로운 삶은 두려움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다

요즘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 자유로운 삶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 거다. 그래서 자유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

민주주의 사회에 사는 우리는 누구나 자유가 있다. 그런데 정말 자유롭게 산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적다. 나조차도 아직은 부족한 느낌이다. 왜 그런 것 일까?      


 나의 경우를 보면 살면서 사회에서 규정한 가치관대로 살아야 한다고 느꼈고,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살았다. 물리적인 구속은 없었지만, 스스로 자유를 억누르고 살았다. 남들이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들을 최우선의 가치관으로 삼고 그에 따라 살려고 애썼다. 아마 그들과 다르게 살려고 하면 끊임없이 자신과 사람들에게 내가 왜 그렇게 살고 싶은지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두려워 그냥 포기하고 사람들이 사는 대로 살고자 노력했다.     


친구와 함께 멜버른 여행을 갔었다. 내게는 멜버른에 사는 친구가 두 명이 있어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하기로 했다. 한 친구는 함께 여행 간 친구와 같이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다른 한 친구는 나만 알고 있는 대학교 친구였다.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들과 셋이 카페에서 놀다가 대학교 친구를 만나기 위해 혼자 호텔로 돌아가야 했다. 

     

 길치인 나는 친구에게 길을 배우고서 혼자 멜버른 시내를 걷는데 그때 자유롭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날씨도 좋고, 길거리도 예쁘고, 그냥 현지인이 된 느낌이기도 하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세상에 있는 느낌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은 건가 느끼기도 했다. 그냥 걷기만 하는 데도 신이 나고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런데 호텔 근처에 다 와서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분명히 호텔 근처인데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는 것이다. 당황한 나는 구글맵을 켰다. 그러나 길치들은 지도를 봐도 길을 잘 못 찾는다. 분명 지도에 표시된 지점은 내가 있는 지점과 그리 멀지 않은데 도저히 호텔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외국이라 쉽게 다리를 떼지도 못했다. 아예 다른 방향으로 가면 더 길을 잃을 것 같았다. 나는 200미터 내외를 왔다 갔다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정말 그 표현이 맞다. 발을 동동. 영어도 자신이 없어서 물어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구글맵을 보고 찾아가겠다는 이상한 오기도 생겼다.      


30분쯤 헤매다가 드디어 호텔을 찾았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걸어오는 길은 10분이면 오는 길인데 코 앞에서 30분을 헤맨 것이다. 큰 건물들에 호텔이 가려져 있어서 근처에 오고도 찾지 못하다 겨우 호텔을 찾았고, 로밍을 해가지도 않았던 나는 요금폭탄도 감당해야 했다. 자유롭다면서 행복하던 나는 한순간에 두려움에 떨고 식은땀을 흘리게 됐다.      


우리가 자유를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두려움 때문이지 않을까? 혼자 길을 걸어가지만 길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가야 한다. 물론 멜버른에서 나는 그 단순한 길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지만.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누구의 눈치를 보지도 않고, 사회의 관념에 나를 맞추지 않고, 나만의 가치관과 방식으로 사는 것이다. 그리고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앞이 깜깜할 때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인정받기 위해 결과가 좋아야 할 것 같은 두려움 등 모든 두려움을 책임지는 것이다.      


 나는 두려움을 피해서 자유를 선택하지 못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내 안의 두려움을 안고, 조용히 내 길을 가고자 한다. 모든 사람을 설득할 필요도 없으며, 인정받을 필요도 없다. 나를 믿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어차피 사람들은 내게 크게 관심이 없다. 나만이 내가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있다.     


자기 전에 헛헛한 마음에 폰만 한참 만지다 늦게 잠이 들 때가 많다. 분명히 즐거운 데이트를 하거나 친구들과 재밌게 놀고서 집에 들어왔는데 마음이 헛헛한 것이다. 이유를 몰랐다. 그냥 헛헛한 마음에 SNS를 기웃거리고. 인터넷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온전한 나로 살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정말 내가 바라는 나로서 매 순간을 살아간다면 허전한 마음 없이 곧바로 잠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아직도 내가 생각하는 자유로운 삶을 완벽하게 살고 있지는 않지만, 과거의 나보다는 많이 자유로워졌다. 사람들의 눈치를 덜 보고, 내가 배우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것들로 시간들을 점점 채우고 있다. 그 시간이 늘어나 내 일상이 온전히 나다운 삶으로 채워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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