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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아 Oct 09. 2021

정답을 몰라도 된다

살면서 사주나 점을 본 적은 별로 없다. 친구들과 부산여행을 갔을 때 친구들이 회비가 많이 남아 재미 삼아 사주를 보자고 했다. 가는 길에 보이는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사주를 봤다. 나에게 남편이 바람을 피울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돈은 유병언처럼 많을 것이니 참고 살라는 식이었다. 그 당시 나는 오래 사귄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그 사람은 부자가 아니었다. 엄청난 부자가 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기분이 별로였다. 다행히 같이 봤던 친구가 그 사람 말이 틀렸다고 얘기해줘서 그 뒤로는 신경을 껐다. 그런데 유일하게 내게 35살 이후에 잘 될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은 믿고 싶었다. 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으니 그런 말에라도 기대고 싶었던 것 같다.    

  

 최근에는 유튜브에서 하는 타로점을 보기 시작했다. 전 남자 친구와 재회를 하고 싶어서였다. 나는 차였고, 다시 만나고 싶은데 내가 기댈 곳이 없었다. 단호했던 그의 태도를 보면 다시 돌아올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끝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힘드니까 타로점에 의지했다. 재회한다고 나오면 정말 이뤄질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이번 달에 재회한다. 몇 주안에 재회한다. 그런 말들에 희망을 가졌다. 시간은 계속 가고 달라진 것은 없는데도 왜 또 보게 되는 걸까. 이상했다. 어차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계속 확인했는데 그래도 봤다. 아마 나는 현재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다.   

   

 머리로는 인연이 아니면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아는데, 가슴은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와의 관계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그 의미들이 만날 때는 더 행복하게 해 줬지만 이별을 하고 나니 나를 짓눌러 더 힘들게 만들었다. 그냥 지나가는 인연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서 계속 타로점을 보면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기대했다. 헤어진 이 시간을 직면하지 못하고 계속 내가 원하는 미래로 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현재가 불만족스럽고 계속 타로점을 보면서 현재를 버티고만 있었다. 지금을 잘 지내려고 애를 쓰기는 했지만 이 또한 미래의 원하는 결과를 위한 노력이었다.      


 사람의 인연은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음을 안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몇 번 겪으면서 내가 알게 된 유일한 답은 남들이 다 말하는 인연이었다. 인연이 아니어서 헤어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그 인연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최근에 이별한 사람과도 그렇게 생각해야지 하면서도 그게 잘 안됐다. 내 인연이라고 너무 믿으면서 만났던 것이 내 발목을 잡았다. 처음에는 나의 잘못으로 헤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어떤 잘못을 하든지 인연이라면 다시 만날 것을 안다. 사랑과 이별에는 옳고 그름이 아닌 인연의 기한만 있을 뿐이다. 누군가 말했듯 만날 인연은 어떻게 해서든 만나게 되어있다.      


 인연의 정답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계속 점을 보고 미래가 바뀌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는 정답을 잠시 미뤄두고 지금을 살아야 한다고 느낀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아마 지금은 내가 정답을 몰라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정답을 찾으려고 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나를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찾았던 정답들은 공통점이 있다.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일이었다는 것. 모든 힘든 일들은 내 시야를 더 넓혀줬고, 나의 가치관을 정립시켜줬다.   

   

 오래 사귄 남자 친구와의 헤어짐, 엄마의 뇌경색을 동시에 겪으면서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고, 그 시간 많이 성장했다. 그래서 또 힘든 시기가 와도 의연하게 잘 버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무너졌고 힘들어했다. 아마 또 이런 시간이 오면 나는 또 힘들어하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안다. 나에게는 이겨낼 힘이 있다. 힘듦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함께 가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지금도 나는 과정 중에 있지만 결국 나를 더욱 성장시키고 더 큰 행복을 누리면서 살게 될 것이다. 힘든 시기를 피하려고 하지 말고 울고, 슬퍼하고, 우울해하면서 함께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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