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아 Oct 09. 2021

어둠을 인정할 때 빛이 들어온다

또다시 이별할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

 어릴 때부터 일기 쓰는 것을 좋아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웠을까? 고민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일기를 쓰면서 솔직한 내 마음을 일기에 적었다. 그래서 일기 쓰기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취미생활이기도 하다. 방청소를 하다가 어린 시절 일기를 봤다. 내가 소심한 줄은 알았지만 친구 말 한마디에도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타던 아이였는지는 몰랐다. 일기 속 나는 매우 예민하고 소심하고 우울한 느낌이 가득했다. 신기하게도 지금 내 기억 속에는 학창 시절은 좋은 기억들만 남아있었기에 일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 것인가. 유리하게 내게 좋은 기억만 쏙쏙 골라 담았나 보다. 조용하게 사춘기를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속에는 태풍이 일었던 적이 많았나 보다.


 엄마가 아프면서 더 이상 힘든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엄마가 완치해서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를 기대했다. 엄마가 좋아하는 드라이브도 하고, 여행도 같이 갔으면 했는데 내 계획과 희망과는 반대로 엄마는 돌아가셨다. 또 힘든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더 이상 힘든 상황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이별이라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계속 누군가와 이렇게 이별해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았다. 차라리 내가 먼저 떠나면 계속 이별해야 하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괜찮을 것 같았다. 마음이 약해져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가져와 힘들어했다.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이별을 받아들였다. 아프게 누워있는 것보다 엄마에게 잘된 일이고, 더 행복한 곳으로 갔다고 믿었다. 그리고 누구나 다 겪어야 할 일을 내가 조금 먼저 겪은 것이다. 죽음이 안 좋은 것이라는 것도 내 판단일 뿐 그냥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괜찮아졌다. 여전히 엄마 생각에 울컥하는 순간들이 오지만 그냥 펑펑 울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진다. 그렇게 이 상황을 점점 더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간다.   

  

“언니는 왜 살아? 언니 삶이 뭐라고 생각해?”

 동생이 가끔씩 그러나 꾸준히 묻던 질문이다. 처음에는 “삶은 계란”이라면서 우스갯소리로 답했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행복하려고 살아”라고 대답했다. 어린 시절부터 나의 관심은 행복이었다. 그래서 항상 행복하고만 싶었다. 힘든 시간을 겪고 싶지 않아 외면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빛을 보기 위해서는 어둠이 필요하듯이 우리 인생은 어둠과 빛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힘든 시기를 겪으면 좋은 일에 더 크게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다. 나는 이제 내 인생에 어둠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친구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사실 어둠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 시간들이 있어 나는 더 큰 빛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생겼고,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았다. 그리고 점점 작은 일에도 큰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됐다.      


 나는 또 가족이나 누군가와 이별을 할 것이고, 예상치 못한 힘든 시기를 만날 것이다. 그리고 또 무너지고 울고 억울해하고 힘들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감정들을 억지로 누르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끼면서 그 어둠과 함께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 감정들은 사라지고 평화로워지는 시간이 다시 올 것을 알기에. 그리고 그때의 나는 더 성장해 있을 것을 알기에 괜찮다.           

이전 14화 정답을 몰라도 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