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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아 Sep 28. 2020

이 또한 지나가고 있다

얼마 전 샤워를 하면서 느꼈다. 이전 직장에서 대형 프로젝트로 매일 밤을 새우며 일을 할 때였다. 새벽 4시에 집에 들어와 샤워를 하면서 '이 또한 지나가겠지'라고 생각했던 기억. 그리고 정말 시간이 지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정말 지나갔구나'라고 느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생각이 나면서 '그래 그때처럼 지금의 시기 또한 지나가겠네'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하나 더. '맞아 그때도 힘들기만 하지는 않았어.' 너무 바빴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떡볶이를 포장해서 나눠 먹은 기억. 서로 으쌰 으쌰 하면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독였던 기억. 좋은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던 기억이 있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적으로 우울해지면서, 나 또한 다운될 때가 있지만 사실 좋은 것들도 많다. 돌아다닐 수가 없어 답답함을 느끼다 보니 일이라도 하러 나갈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 것,  돌아다니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돈을 아껴 재정상태에 더 여유가 생기는 것. 그리고 마스크로 얼굴을 다 가리니 생얼로도 나가는 것이 편해졌다는 것,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더 보낼 수 있다는 것 등등 감사한 일들도 많다.      


 그리고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지 깨닫게 됐다. 마스크 없이 길을 걸으면서 공기를 마시는 일이 얼마나 상쾌한 일인지. 커피숍에 앉아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일기를 쓰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코인 노래방에서 혼자 부르는 노래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친구들과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수다 떠는 일이 얼마나 큰 행복한지 알았다.    

  

 그렇다. 지금 이 시간도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회상하는 날이 올 것이다. '맞다 2020년에는 그랬었지. 그런데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네.'라고 생각하는 날이 분명히 온다. 그때가 왔을 때도 '맞아 그래도 힘들기만 하지는 않았어.'라고 생각할 수 있게 지금 할 수 있는 소소한 행복들을 선물해주면 좋겠다.      


 힘든 시기가 오면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안다. 당연하게 느꼈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익숙해지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그러니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사소한 일에 기쁨을 맛볼 줄 아는 내가 됐으면 좋겠다.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한 일들과 즐거운 일들을 찾아낸다면 온전히 힘들기만 한 일이란 것은 없다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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