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아 Oct 19. 2020

눈치 안 보고 사는 것이 나다운 것이다

 눈치가 있다는 건 사회생활에서는 도움이 된다. 적당히 눈치를 보면서 분위기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면 트러블을 최소화할 수 있다. 나에게도 적당한 눈치는 있어서 사회생활에서 눈치 없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면 온전한 내가 되기 힘들다.      


 중고등학교 시절 나도 연예인을 좋아했다. 하지만 적당히 좋아했다. 팬클럽에 가입하고 연예인을 쫓아다니는 것은 내가 하면 안 되는 일로 느껴졌다. 집에 돈이 없어서이기도 했고, 또 그렇게까지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물론 사진도 오려서 학생증에 끼워 넣고, 매 스케줄에 맞춰 방송도 챙겨봤다. 간혹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찾아가기도 했지만 정말 더 골수팬들처럼 팬클럽게 가입하고 지방 서울 상관없이 공연을 쫓아다니고 하지는 못했다. 그런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나 스스로는 그 정도로 깊게 좋아하면 나를 안 좋게 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대상은 부모님인지, 선생님인지 누구를 의식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랬다. 그냥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쓸데없는 눈치를 본 것이다.     


 나는 꽤 덕후 기질이 있어서 연예인이나 TV에 나오는 대상을 잘 좋아한다. 그리고 연예인을 실제로 만나면 엄청 신기해하고 좋아한다. 대학교 때 배우 권상우가 우리 학교에 왔다는 소식에 도서관에서 두 계단씩 껑충껑충 뛰어 내려가는 나를 보고 친구가 놀라기도 했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좋은 것인데 왜 그렇게 눈치를 봤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아니라면 눈치를 안 보고 살고자 한다. 그게 어떤 일이든지.    

  

 그래서 뒤늦은 나이에 다시 연예인을 좋아한다. 하고 싶은 대로 덕질을 하고 있다. 오히려 열심히 말하고 다니니 주변에서 안 좋게 보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그룹의 굿즈를 보면 내가 생각났다면서 챙겨주는 일이 많아졌다. 아마 예전의 나였다면 이 나이에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나이답지 못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사람들은 남의 일에 크게 신경도 쓰지 않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데 혼자서 나를 어떻게 볼지에 대해 의식하고 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열심히 살기를 그만둔 것도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였다. 그러면서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배우고 좋아하는 일들만 하면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오히려 그렇게 사니 사람들이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해준다. 나 답게 사는 것. 눈치 안 보고 내가 좋은 것들을 맘껏 좋아하면서 사는 게 아닐까 싶다.      

이전 11화 그래서 나는 대충 살기로 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