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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아 Oct 09. 2021

그래서 나는 대충 살기로 했다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는 대충의 힘을 믿는다

 간절히 원하면 정말 이루어질까? 내 삶은 그렇지 않았다. 간절히 원하지 않을 때 이루어진 일들이 훨씬 많았다. 과거에 내가 봤던 자기 계발서들은 대부분 원하는 것을 찾고 간절히 원하라고 했다. 그런데 간절히 원하는 일들이 이루어진 적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별로 없다. 내가 간절히 원해서 손으로 꼭 쥐려고 하면 모래알처럼 새어나가는 일들이 훨씬 많았다.      


 가장 원했던 직장도 그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인연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람의 인연이야 노력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하더라도, 직장의 경우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운칠기삼이라는 말대로 사실 노력보다 운이 더 많은 영향을 줄 때가 많다. 오죽하면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내가 가고 싶었던 직장의 채용공고가 났을 때 심장이 두근거렸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최근 10년간의 신문기사를 스크랩하면서 기업 분석해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논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면접 준비도 정말 열심히 했다. 하지만 역시 결과는 탈락이었다. 긴장이 풀리면서 면접이 끝난 후 감기몸살로 고생했다. 하지만 별로 준비도 하지 않았던 곳에는 최종 합격했다.      


 하물며 자소서에 다른 기업명을 기재했는데도 붙었다. 급하게 지원하느라 다른 회사에 쓴 자소서를 복사해서 붙여 넣기를 하다 실수한 것이다. 1차, 2차 면접 때 모두 왜 다른 기업을 넣었냐고 쓴소리를 들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런데도 최종 합격했다.      


 나는 취업과 퇴직을 반복하면서 총 4번의 취업을 했다. 그런데 4번 모두 다 내가 알아보고 가게 된 곳이 없다. 모두 다 누군가가 알려줘서 일하게 됐다. 가까운 친구의 소개도 있었고, 면접장에서 알게 된 친구가 자신이 지원하는 곳이라며 나도 지원해보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합격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일자리가 있으니 지원 한 번 해보라는 권유로 별생각 없이 지원한 곳들이었다. 그래서 간절히 원하고 싶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대충 살기로 했다.      


 나는 완벽하지 않은 완벽주의자였다. 무언가를 완벽하게 잘하고 싶은 마음에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겁쟁이였다. 완벽하게 하고 싶은 욕심에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일도 태반이었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완벽하려고 하다 보니 스트레스만 받고 살았다. 그런데 대충 하자고 마음먹으니 오히려 행동하기가 쉬웠다. 그리고 하기 싫은 일을 미뤄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게 됐다. 대충 하려고 하면 부담이 없어 시작하기가 쉬웠다. 그리고 막상 시작하면 중간은 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리 일을 미뤄도 진짜 해야 할 순간에는 하게 됐다.     


 면접 당시 PT발표를 해야 할 때가 있었다. 이전에 PPT를 작성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경험도 없으니 막막하고 자신이 없었다.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자료와 탬플릿도 받았지만 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 제출일 전날 저녁부터 시작했다. 밤을 새워서 만들었다. 탬플릿도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만들어야 했다. 지치기도 했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결국 제시간에 제출했다. 발표 후 PPT를 누구에게 도움을 받았는지, 작성하는데 얼마나 걸렸는지에 대해 물으시면서 잘했다는 칭찬을 들었다.     


 여전히 간절히 원하고 노력해서 원하던 것을 이루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내게는 대충 살자는 마음가짐이 더 잘 맞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대충 하자는 마음으로 무엇이든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면 더 많은 시작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하기 싫은 일은 최대한 미뤘다가 정말 해야 할 때 집중해서 할 것이다.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단지 어떤 삶의 방식이 내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대충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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