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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아 Oct 09. 2021

그래, 네 탓이 아니야

인생에도 귀천이 없다

 직업에 귀천이 없듯이 우리 인생에도 귀천이 없다. 각자의 삶이 다 의미가 있고 소중하다. 하지만 그것을 잊어버릴 때가 많다.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눈을 돌리고 부러워한다. 우리는 우리 인생만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그들의 인생은 단편적인 부분밖에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머리로는 아는데 나도 모르게 부러워하고 내 인생과 비교하며 좌절하는 순간들이 온다.  

   

 처음 인스타그램을 했을 때였다. 옷이나 신발 같은 내가 원하는 것들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시작했다. 그래서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많이 팔로우했다. 그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들을 팔로우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다 예뻤다. 그리고 잘 살았다. 그 안에서는 적어도 그랬다. 연예인이 예쁘고 멋진 것이야 당연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일반인들인데 연예인보다 더 예쁜 사람들이 넘쳐흘렀다. 신기했다. 이렇게 예쁘고 멋진 사람들이 많다고? 내 주변에는 흔하지 않은데 그 네모 어플 안에는 넘쳐났다. 그리고 너나 할 것 없이 스타일도 좋고 잘 살아 보였다.      


 나는 연애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하트 시그널 2를 정말로 재밌게 봤다. 일반인이지만 또 다들 연예인처럼 잘생기고 예뻤다. 그리고 능력도 있는 멋진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은 연예인이 되기 위해 나온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아니었던 사람도 모두 연예인처럼 유명해졌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한 때는 위축이 많이 됐다. 그 사람들과 나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나와 비교를 했다. 연애 프로그램에 나가려면 저렇게 번듯한 직장과 외모도 좋고 게다가 어리기도 해야 하는구나 생각하며 혼자 자격지심을 느꼈다. 그 당시 나는 백수였고, 나이도 이미 30대 초중반이었다.      


 머리로는 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때가 있고, 직업에 귀천이 없으며, 스펙으로 사람을 평가해도 안된다. 하지만 그게 현실에서는 잘 안됐다. 명문대를 나왔다고 하면 대단하다고 느끼면서 스스로 위축이 됐다. 남들이 모두 인정하는 멋진 직장을 다니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다. 그 사람들의 노력이 인정받아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열심히 공부했고, 자신의 꿈을 이룬 멋진 삶을 살고 있으니 그것을 인정해주고 멋지게 바라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내 삶과 비교해서 내가 위축되는 것이 문제였다.   

   

 나는 자책하는 것을 잘한다. 나는 그것이 책임감이 강한 것인 줄 알았다. 취업이 잘 되지 않는 것도 내 스펙이 나쁘고 내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자책했다. 공무원 시험에서 한 문제 차이로 떨어져도 내가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고 답답했다. 더 노력해야지 하면서도 하기 싫은 공부를 하려니 의욕이 잘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나를 채찍질하면서 취업준비를 하던 때에 영화 ‘내 깡패 같은 연인’을 보게 됐는데 박중훈의 대사를 듣고 펑펑 울었다.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착해요. TV에서 보니까 프랑스 백수 애들은 일자리 달라고 다 때려 부수고 하던데,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다 지 탓인 줄 알아요. 지가 못나서 그러는 줄 알고. 취직 안 된다고 네 탓이 아니니까 당당하게 살아”     


 사실은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정말 많이 울면서 위로를 받았다. 노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노력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아무도 내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나 자신조차도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지 못했다. 내 탓이라고 나를 혼내기 바빴다. 그래서 나만은 나를 탓하지 않기로 했다. 내 탓하는 것과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더 이상 내 탓을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고 그것에 대한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리고 더 이상 다른 사람들과 내 삶을 비교하지 않기로 했다. 꽃이 피고 지듯이 모두의 피고 지는 시기가 다르다. 그리고 누구나 피는 때가 있으면 지는 때도 있다. 그것을 받아들이자 비교하지 않게 됐다.      

 여전히 좋은 대학을 나왔다는 사람을 만나면 주눅이 들 때도 있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이미 살고 있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지는 않는다. 나는 내 삶을 살아가면 되니까. 그렇게 되고 나니 상대방을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평가하는 일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내 삶을 그저 살아가면 된다. 우리의 인생은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소중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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