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고등학교 때 친구가 TV에 나왔다. 내가 아는 그 친구는 항상 멋있었다. 자기표현이 확실하고, 주관이 뚜렷한 모습이 나와는 달라서 부러웠다. 고등학교 때 친했다 멀어지고, 20대 중반에 어떻게 다시 연락이 닿아 한동안 자주 만났다. 그 친구와 대화하다 보면 새벽이 훌쩍 지나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밤을 새우며 대화를 해도 사람을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친구였다. 고민도 잘 들어줬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을 들어주는 든든한 친구였다.
친구는 유학을 가게 됐고, 그 이후로는 한두 번 통화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그리고 몇 년 뒤 친구가 TV에 나오는 것을 알았다. 친구는 자신의 꿈을 위해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해졌고 연예인들과도 가까워졌다. 말 그대로 인싸가 됐다. 그 당시 나는 친구가 나온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다. 바쁘기도 했지만 충분히 시간이 날 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보지 않았다. 질투가 났던 것이다.
친구의 SNS에는 수많은 연예인들과 찍은 사진, 그들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행사장을 가거나 하는 등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물론 친구의 매력을 알기에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여겼다. 연예인 같은 아우라가 있는 친구이자 오히려 연예인들이 좋아할 사람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사람을 끄는 매력을 지닌 친구였다.
나는 친구가 잘 되는 것에 질투하는 속 좁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취준생일 때 베프가 대기업에 취업하자 질투가 폭발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다짐했다. 친구가 잘되면 내게도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친구를 축하해주자고. 그런데 그때보다 훨씬 질투가 났다. 그 당시 나는 취업은 했지만 불안정한 직장이었고, 일에 쫓기다시피 바쁘게 지낼 때였다.
왜 질투가 날까? 고민했다. 친구가 연예인들이랑 친해서? 많은 사람들이 팔로우를 하고 댓글을 다는 인싸가 되어서? 물론 그런 것도 부럽고 질투가 나는 부분 중 하나였지만 내 주변에 아는 사람 중 가장 멋지게 성공한 느낌이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유학을 가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기 위해 TV에 나갈 결심을 했다는 것. 그 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면서 성공하고 유명해진 것이 질투가 났다. 같은 교실에서 같은 책상에서 옆에서 공부하던 짝꿍이 내가 꿈꾸던 멋진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성공하는 삶을 사는 것이 꿈이었는데 이미 그 삶을 이룬 친구에게서 질투가 났다. 질투를 넘어서 동경의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한 때는 친구 인스타그램을 언팔로우하기도 했다. 내가 질투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팔로우하면서 그 친구를 응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게 되면 친구를 만날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기로 했다.
최근에 친구가 또 TV에 나온 것이었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친구가 나온 것을 봐야 하지 않나 싶은데 여전히 친구가 나오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친구를 질투하는 속 좁은 사람이었다. 몇 년 전에는 그런 나를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 그러면 안 된다고 나를 설득하려고 애썼다. 이제는 그냥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나는 친구가 잘 되는 것이 배 아픈 속 좁은 사람이야. 질투가 나는 걸 어떡해. 지질한 나도 인정해주기로 했다. 그럴 수도 있지.
그 대신 질투를 통해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았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성공해서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고 싶구나. 그래서 그렇게 질투가 나는구나. 불편한 감정들은 보통 누르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감정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바라보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는 그 감정들을 외면하지 말고 나 자신을 알아가게 해주는 친구로 받아들여야겠다.
현아야 찌질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