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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아 Oct 26. 2020

긍정적이려고 애쓰지 말자


“언니 괜찮은 척 하지만 사실은 안 괜찮은 거 아니야?”


 몸이 이유 없이 아팠던 날 동생이 내게 말했다. 나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몸은 아니라고 신호를 보내는 건가? 힘든 일이 생기면 이 일을 통해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찾았다. 책을 읽고, 명상하고, 일기를 썼다. 좋아서 하는 일인데 이 또한 애쓰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배우고 성장하면 내 상황이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면서 애쓴 것이다. 그리고서 나는 다 배운 것 같은데 왜 상황이 안 달라질까? 내가 더 배울 것이 있나? 그러면서 또 답을 찾으려고 방황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는데 기대하는 만큼 극적인 변화가 보이지 않으니 지쳤다. 그래서 몸이 내게 쉬라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꿈꾸던 삶이 점점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꿈이 있기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구체적인 꿈만 있으면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끼면서 막막했다. 그래도 지금의 현실이 꿈을 이루기 위한 모든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즐기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대가를 바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나는 이렇게 잘하고 있는데 내 상황이 왜 달라지지 않지? 현재에 집중해야 하는데 계속 미래만 쳐다보면서 현재를 살았다. 그러니 현재를 점점 즐기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만 하면서 살자고 결심했을 때,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꿈이 있다면 그 목표를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내가 즐길 수 없는 일이면 하지 않기로 했다. 결과는 한순간일 뿐이다. 무언가를 성취한다는 것은 길어야 며칠만 행복하게 해 줄 뿐이다. 하지만 과정은 삶 그 자체다. 과정 자체가 즐거우면 결과는 크게 개의치 않을 수 있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을 즐길 때 아이러니하게 결과도 좋아진다. 그래서 과정 자체를 즐기기로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결과에 대한 집착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치고 방전된 것이다.     


 자유롭고 가볍게 살고 싶었는데 긍정적이려고 애쓰면서 나를 통제하고 있었다.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면 밀어냈다. 좋은 생각으로 바꿔야지.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생각만 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애를 쓰면 사람은 그에 대한 보상심리가 생긴다. 그리고 보상이 생기지 않으면 지친다. 결국 나는 예전처럼 미래를 위해 현재를 소비하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위해 하는 일이니 괜찮은 줄 알았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에도 애쓰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제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성장하려고, 너무 긍정적이려고 하지 말아야겠다. 그 자체가 지금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며 더 성장해야 하고 긍정적이지 않다는 반증이다.     


 몸이 아파 거동이 힘들었던 엄마가 방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사람은 존재 자체로 이미 해야 할 일을 다했다는 것을. 엄마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내게 힘이 된다는 것을. 아기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바라지 않는 것과 같이 내게도 무엇을 바라지 말고 존재 자체로 사랑해줘야겠다. 우리는 이미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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