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당신이 전화해요

진상에서 온 여자, 화상에서 온 남자

by 오 캡틴 마이 캡틴

진상에서 온 진상 같은 여자, 화상에서 온 화상 같은 남자의 리얼한 픽션‧논픽션 세상살이 이야기!

하나의 이야기, 두 개의 관점!


그 여자


오늘은 어버이날. 며칠 전 어버이날 기념으로 미리 식사를 하고 맞은 제 날짜의 기념일이었어요.

결혼 초기부터 그는 내 편을 들어주지 못하고, 그렇다고 가운데서 중재를 잘한 것도

아니어서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며느리로서의 도리는 다 하지만 함께 살아온 세월 동안 쌓인 일들이 많아서 부모님의 막무가내를 견디다 못해 정해놓은 특별한 날들이 아니면 찾아가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지요. 서로의 부모님에게까지 전화는 못 챙겨도 자기 집 쪽 부모님에게는 전화를 드리자는 약속과 함께요.


그 이유로는 두 형제가 있지만 둘째는 잘 못하니까, 아직 잘 모르니까, 바쁘니까 등의 이유가 붙어서 항상 형만 장남 노릇을 강요당하고, 저도 덩달아서 강요당한 맏며느리의 삶을 살아야 했기 때문이지요.

제가 결혼 초기부터 했던 일들도 동서에게는 아직 어려서 잘 알지 못해 안 한 일들로 생각되었고, 맞벌이를 하는 저는 도리를 다 하려고 노력해도 맏며느리로서 당연한 것으로 점차 인식이 되어버렸어요.

며칠 전 토요일에 어버이날 기념일도 있고 해서 시댁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했어요. 어버이날 당일 날은 오랜만에 처가 식구들이 시간이 되어 모이기로 했기 때문에 그가 미리 하자고 했어요.

저는 시댁 부모님 특성상 분명히 당일 날 또 해야 한다며 미리 하지 말자고 했지만 자신만 믿으라며 그는 일을 밀어붙였어요.

그런데 처가 식구들과 식사를 하는 중에도 여러 번 전화가 와 있어서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그에게 당신이 전화를 해보라고 했는데 그는 저에게 전화가 왔으니 저보고 전화를 해보라고 하는 거예요. 무척 당황스럽고 긴장이 되어 예전의 약속들을 상기시키며 그에게 전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였고, 여러 번의 실랑이 끝에 마지못해 그가 전화를 했어요.


저는 동생들과 이야기를 하고는 있었지만 곁눈질로 전화 통화를 하는 그를 내내 신경 쓸 수밖에 없었어요. 그는 내내 난처한 표정으로 통화를 했지만 제 앞에 와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했어요. 그래서 물어보았더니 어머님이 별일 없으면 맛있는 것 먹으러 집에 들르라고 하셨다고 하네요. 역시나! 제 예상이 맞았어요. 자신만 믿으라고 하더니……

그러면서 그는 왜 저한테 온 전화를 자신에게 시키느냐면서 이러니까 고부간에 사이가 멀어지는 것 아니냐고 또 잔소리를 한마디 덧붙이네요.


그는 어머님께 일이 생겨서 못 가게 되었다고 둘러댔다고 하네요.

아니 뭐, 솔직히 처가 모임이 있다고 하면 안 되는 건가요?

그러기에 미리 전화 좀 드리지. 그리고 전화 한 번 드리는 일이 그렇게 유세를 떨 일인가요? 이럴 때 보면 가족으로 묶어서 무제한 전화는 왜 할 수 있게 했나 모르겠네요.


그 남자


오늘은 처가모임이 있었어요. 지난 장인어른 생신 모임 이후로 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는 날이었기 때문에 맏사위로서 책임감이 많이 들었어요.

저는 본가에서도 맏아들인 데다가 처가에서도 맏사위라서 두 개의 맏타이틀을 가지고 있어요. 그럼 그녀는요? 마찬가지죠. 맏딸에 맏며느리.

오늘은 어버이날이라서 처가 부모님들과 식구들이 함께 모였어요.

처가 부모님들께서는 저에게 불편함이나 부담을 주지 않으셔서 오히려 처가에 가는 것이 더 편해요. 그래서 처가에 잘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그런 마음을 아는지 그녀도 본가에 도리를 다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하지만 결혼 생활이 계속되면서 시댁과 잦은 마찰,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오해들 때문에 많은 일들이 어려움에 부딪치고 가운데서 참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녀와 있을 때는 그녀 편에서 이해하고, 적어도 5분 이상은 말 안 끊고 들어주려고 노력하였지만 결국은 얕은 한계점을 넘으면 말다툼을 하게 되네요. 그래서 특별한 일이 아니면 너무 자주 만나서 생기는 불상사를 막고, 대신 각자 부모님께 전화를 종종 드리도록 하자고 약속을 하였지요.


장인어른께 약주도 따라 드리고 나름 즐겁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녀가 불쑥 전화기를 내밀었어요. 본가 어머님께서 그녀에게 여러 번 전화를 하셨어요.

며칠 전에 본가 식구들과 식사를 이미 했었기 때문에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데 그녀가 ‘내가 미리 하지 말자고 했지? 어쩜 나보다도 더 부모님을 모르냐!’하길래 ‘당신한테 온 전화니까 당신이 해. 왜 나한테 주는데?’라고 퉁명스럽게 말했어요. 거기서 끝냈어야 했는데 너무나 바보 같이 사족을 붙이는 바람에 일은 더 엉망이 되었어요.

나: ‘당신이 전화도 좀 드리고, 살갑게 하면 안 돼? 이러니까 어머님과 사이가 더 꼬이는 거야.’


그녀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서 조용히 나가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차마 처가 모임을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오늘은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가기 어렵고 며칠 뒤에 본가 근처에 출장이 있는데 그때 찾아뵙겠다고 말씀을 드렸네요.


왜 처가 모임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리지 못했을까요? 이상하게도 친부모님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가끔 부모님께서 다 같이 놀러 가게 숙박 하루 잡아봐 하시면 ‘네’하고 얼버무리게 되는 까닭은 뭘까요? 아마 그녀는 그 이유를 저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네요.


지난달 가족 결합 전체 통화가 5분 정도밖에 안 되던데. 그나마 딸 목소리 듣게 해드린다는 핑계로 딸이 전화를 한 시간을 빼면 고작……

그래요. 이제부터라도 자주 전화를 드려야겠네요.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