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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카피 Mar 02. 2020

불사(不死)와 영락(零落) 사이

[로건]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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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Logan, 2017)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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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엔 압구정동의 LP바에서 전전 직장 동료인 동갑내기 둘과 술을 마셨다. 한 친구가 담배 피러 나간 사이 아직 나와 서로 존대하는 동료가 말했다. 회사를 나온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번 생각했다고. 산다는 게 이렇게까지 힘들다면 그만 끝내도 좋겠다고. 그는 술을 별로 마시지 않는 사람이고 어제도 물론 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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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게 아니라 그 사이에 비루하고 고통스런 영락(零落)이 있다. 비극은 끝이 아니라 끝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부터의 남은 여정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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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서 낮잠을 자고 일어나는데 다시 어지럼증이 도졌다. 두렵다기보다 짜증이 났다. 가뜩이나 요즘 공황장애가 재발해 힘들고 불편한데 어지럼증까지 겹치다니. 고쳐도 고쳐도 임시방편일 뿐인, 어딘가 회로 서너 줄이 타버린 기판같다 나는. 저녁으로 커피의 카페인과 커리의 강황을 몸에 우겨넣는다. 울버린이 마지막에 투여하는 녹색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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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우면 빙빙 도는 천장을 피하려 의자에 앉아 하필, 로건을 보았다. 영락한 존재들- 불사(不死)가 아닌 수퍼 히어로들의 이야기... 어젯밤의 LP바가 계속 떠올라 영화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어제 술 마시며 그런 이야기를 듣지 말든가, 오늘 이런 영화를 보지 말았어야 했다. 요즘 말로 하자면 팩트폭력일 뿐인 영화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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