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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카피 Mar 02. 2020

왜 부모님 휴대폰은

'불편한 마음'이라는 서글픈 인사이트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읽으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는데, 광고 하는 사람들이 늘 입에 달고 사는 [인사이트]에 대한 생각이다. 눈에 불을 켜고 인사이트를 찾는다-는 게 실은 이상한 것 아닐까? 내 속에 우리 속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것이 인사이트일텐데 왜 그걸 그렇게 힘들게 찾냐는 거다.  


  그 자문에 대한 자답은 이렇다- 내 속에, 우리 속에 들어있는 그 공통적인 생각, 보편적인 생각들의 다수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그 불편한 인사이트, 불편한 진실들을 아무렇지 않게 밝은 불빛 아래로 끄집어 낸다. 비난하거나 폭로하는 느낌으로가 아니라 그냥 아무렇지 않게, 태연하게, 숨쉬듯 자연스럽게.



  얼마전 유명한 휴대폰 사용자 커뮤니티의 게시판에서 댓글 싸움이 벌어졌다. 누군가 "부모님 사드릴 효도폰 좀 추천해 주세요"라는 질문 글을 올렸는데(휴대폰 커뮤니티 게시판에선 아주 흔한 질문이다) 그 댓글 중 누군가가 "자기들은 최신 휴대폰만 쓰고 더 좋은 걸로 바꾸려고 여기 모여 공부하고 정보 나누고 혈안이면서 부모들 것은 왜 효도폰이냐? 부모들도 좋은 폰 주면 좋아하고, 좋은 폰 쓰고 싶을 거다. 효도하는 척을 말든지-" 라고 써놓았다. 사람들이 그 댓글에 발끈해서 우르르 몰려들어 그를 공격하느라 난리통이 된 거였다.


  정곡을 찔려 하루 종일 우울했다.


  내 폰은 최신 폰들 중에만 고르면서 부모님 폰은 내가 쓰던 중고폰 물려드리거나 값싼 기본 폰 중에서만 알아본다. 내 안경 고를 땐 온갖 브랜드 중에 망설이고 디자인 따져가며 고민하면서, 부모님은 가까운 동네 안경점으로 모시고 간다. 우리 가족 먹을 과일은 까다롭게 고르지만 명절 때 큰댁 들고가는 과일은 적당히 풍성해 보이면서 가격은 싼 걸 찾는다.


  그런 거 아닐까 본디 우리들의 마음 생김새는. 그런 게 인사이트이고 그런 게 진실이고 그런 게 파괴력을 가진 주제일텐데, 그것들은 불편하기 때문에 외면되는 거다. 누가 그걸 지적하면 화가 나고, 이유를 찾아 변명하고, 그럴듯한 논리를 만들어 낸다. "에이, 부모님은 눈이 잘 안보이셔서 무조건 휴대폰 폰트가 커야 돼~ 인터넷 같은 건 글자 작아서 하시지도 못할 거구" 같은.



  진실은 불편하다-라는 거창한 명제를 만들어낼 것 까지도 없이, 삶은, 살아간다는 일 자체는 그것만으로 참 불편한 일인 것 같다. 미야베 미유키 같은 작가에게는 좋은 쓸거리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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