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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카피 Mar 02. 2020

영화 이야기 아닌, 영화 만든 사람 이야기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을 개봉 전에 보았었다. 따로 평을 쓰진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는데도.


 '영화'에 대한 생각이 아니었기에 그랬다. 그 '이런저런' 중 이 영화의 감독인 임정하 감독이 있다. 상영이 끝나고 주인공의 어머니와 감독이 무대 위로 올라와 관객들과 대화시간을 가졌다. 내 직관이 말해줬다. 저 감독, '괜찮은 사람'이다.


  인간으로도 직업인으로도 아주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었다. 아마 감독이라기보다 PD나 기획자 출신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렇든 그렇지 않든 내가 그날 한 생각은,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의 여기저기에 '괜찮은 사람'은 참 많다-하는 깨달음이었다.


  뛰어나서 잘 알려진 사람은 많다. 그런데 뛰어나지만 알려지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실망하지도 우쭐대지도 세상을 너무 우습게 여기지도 말자-는 깨달음이었다.



  나는 담담한 사람이 좋다. 뜨거운 사람보다는 미지근한 온기가 있는 사람이, 시끄러운 사람보다는 고요한 사람이,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보다는 에너지를 갈무리할 줄 아는 사람이 좋다. 임정하 감독은 감동 스토리를 만들기 싫어한 듯 하다. 세상엔 감동 스토리도 있어야 하고, 그런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자신이 굳이 만들 영화로 생각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맡아 마무리하기로 하였을 때, 그 결심을 있게 한 것은 아마도 이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할 수 있게 하는 어떤 가능성이었을 터다.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 자신에 속하는 어떤 가능성. 그럼 점에서, 건방지게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감독을 잘 만났다.


  영화를 보며 두 번 울었다. 소리내지 않고 눈물을 훔치지도 않고 속으로 크게 울었다 감독이 관객에게 우는 것을 허락한 두 지점이었다. 감독 자신이 스스로에게 허락한 분량이기도 할 것이다. 세 번은 지나쳤을 것이고, 한 번은 부족했을 것이다. 비단 눈물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요소가 적절히 담담했다.


  무대를 내려가기 전에. 영화 이야기라기보다는 직업인으로, 한 사람의 인간으로 우리에게 해준 그의 이야기가 있었다. 삶에 너무 힘들어하는 요즘의 내게는 천둥처럼 크게 들리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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