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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카피 Mar 02. 2020

총량의 법칙

  무엇에 관한 열정이든, 심지어 사람에 관한 열정조차도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마다, 또 대상에 따라 그 양의 많고 적음이 차이날 뿐. 그러니, 제 흥에 취해 신나 태워버리면 오래갈 수 없다. 영원히 갈 것 같은 불도 예외 없이 언젠간 꺼진다.


  짧더라도 불처럼 강렬하게 태워버리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그건 얼마나 긴 것들이, 짧고자 해도 결코 짧을 수 없고 놓고자 해도 결코 놓을 수 없는 것들이 생의 다음 모퉁이에 기다리고 있는지 헤아리지 못하는 젊음의 오만이고 치기다. 말로는 짐짓 원없이 다 태워버리겠다 하지만 실은 그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공허를 애써 외면하려는, 두려움의 발현이다. 무책임이다.


  사랑했으면, 오래 사랑할 수 있었어야 했다. 소중하게 여겼으면 오래 소중한 것으로 곁에 둘 수 있게 처신했어야 했다. 그걸 못했으니 이제 몇 안 남은 것이라도, 이를테면 자전거 타기라는 사소한 취미 하나라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조금씩 조금씩만 가슴에서 꺼내써야겠다.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으니, 응,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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