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카피 Mar 02. 2020

세상엔 숨겨지지 않는 게 있다

사장같은 사원의 정체

  기타를 사러 아주 오랜만에 낙원악기상가에 갔다. 사전에 전화로 몇몇 샵과 통화로 가격조사와 흥정을 해보았는데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발품 팔아 가보기로 한 것.


  낙원상가 2층에 들어서서 채 몇 걸음 걷지도 않아 처음 보인, 야마하 마크가 창에 붙은 어느 가게에서 직원에게 XX기타 있나요? 물었더니, 없고 본사에 주문하면 수요일까지 보내줄 수 있단다. 얼만가요 했더니 3초쯤 생각하곤 XX원입니다 한다.


  첫 가게였는데 바로 샀다. 선결제하고 집으로 왔다.  


  왜 낙원상가까지 가서 그 수많은 가게들에 더 알아보지 않고 순식간에 바로 샀냐 하면, 그 직원의 응대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친절하지만 단호했고, 공손했지만 전문가로서의 주관이 분명했다. 선택을 망설였던 다른 악기에 대해 물었는데 보통 많은 판매원들이 "이건 이러저러해서 좋고 저건 저러이러해서 좋다"는 식으로 대답하는 반면, 이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물어보신 두 기타 생톤의 차이에 대해선 장담할 만큼 잘 모르겠지만, 제가 이 장사 한 경력이 짧지 않은데, 비슷해 보이지만 XX 모델은 꾸준히 팔았던 반면, 같은 라인인 XX모델은 단 한 대도 못팔아봤습니다. 이걸로 설명이 되지 않을까요?" 한다. 물론 그 말에 나는 바로 고민을 접고 원래 생각했던 XX 모델을 사겠노라 했다.


  장사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해 왔고, 그런 사람을 만났으니 바로 구입한 것.


  가게를 나오며 슬쩍 그에게 말을 건넸다. "젊어 보이시는데 수완이 꼭 사장님 같으십니다" 그랬더니 그가 웃지도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사장 아들입니다"


  역시-!

작가의 이전글 팩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