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결혼 기념 반지에 그런 칙칙한 문구를 새겨요?
결혼할 때 돈이 없었기도 하고, 부모님들의 취향을 거스를 용기도 없었기에
그 때 만든 결혼반지를 우리 둘 다 거의 끼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 큰 마음 먹고 커플링을 만들었다.
찾아온 반지를 본 처남과 처남댁, 다연이까지 똑같은 걸 묻는다.
"왜 결혼 기념 반지에 그런 칙칙한 말을 새겨요?"
This, too, shall pass away
글쎄, 그걸 묻는다는 자체가
이 감정을 이해하거나 공유하기 힘들다는 반증이지.
정작 아내는, 내가 이 문구를 새긴 반지 디자인을 제시하자마자
설명 없이도 바로 이해하고 마음에 들어했다.
핑크골드를 무광 가공하고, 포인트로 서브 다이아를 한 알 넣었다.
내 것은 엣지를 직선으로, 아내 것은 라운드로 가공했다.
유광으로 남겨둔 안쪽엔 결혼 이후 흐른 시간과 부부의 이니셜을 새겼다.
그래도, 역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링 바깥쪽 면에 새긴 저 문구다.
시간은 공평하다.
좋은 날을 살았으면 힘든 날도 받아들여야지.
더군다나 그 '힘듦'이 시간에 의해 대부분의 인간에게 부과되는 보편적 채무라면.
그리고,
분명, 이 또한 지나가리니.
아 참,
링에 포인트로 서브 다이아를 하나 넣을 거라 하니
샵 주인이 물었다.
"서브 다이아를 문구 앞에 넣을까요 뒤에 넣을까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내가 대답했다.
"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