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의 선구자, 자본주의 키즈
코로나19 이후 주식 시장이 뜨거워졌습니다. 너도나도 주식을 시작하면서 재테크와 금융에 관심이 없던 2030도 모두 ‘코인판’에 뛰어들고 있죠. 멀게 느껴졌던 ‘금융’, 위험해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무너지며 재테크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낮아진 진입 장벽을 넘어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는데요. 바로 ‘자본주의 키즈’입니다. 자본주의 키즈는 어릴 때부터 자본주의를 접하면서 자본주의 논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세대를 지칭합니다. 돈은 나쁜 것’,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지나가는 것이 더 쉽다.’에 익숙한 기성세대보다 더 일찍 자본주의 논리에 눈을 뜨면서 금융과 경제 논리에 이해가 높은 것이 특징이죠. 그렇다면 달라진 경제관념을 가진 2030에 대해 알아볼까요?
자본주의 키즈는 주로 MZ 세대, 혹은 IMF 경제 위기 이후 자본주의 논리에 익숙해진 세대입니다. 방송이나 SNS의 수익 구조를 파악하여 거기서 파생되는 이익이나 광고에도 관대한 편이죠.
이들은 그만큼 돈과 소비에 대한 편견이 없습니다. 특히, 제품의 간접광고(PPL)에 거부감이 없습니다.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재테크 관련 영상이 증명이라도 하듯 자본주의 키즈는 재테크에 관심이 많고 동시에 소비에도 관대하죠. 사실 자본주의 키즈의 탄생은 외부요인 때문만은 아닙니다. 경제관념이 다른 이유에는 역사적인 요인도 포함되는데요. 냉전과 전쟁을 경험한 기성세대는 ‘자본주의’라는 단어를 이데올로기적 즉,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와 같은 거시적 개념으로 인식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키즈에게 자본주의는 그저 돈과 경제의 동의어일 뿐이죠. 좋아하지 않는 직장 상사에게 짓는 미소를 ‘자본주의 미소’라고 칭하는 것처럼 자본주의라는 단어는 이제 일상 속 하나의 평범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 의하면 자본주의 키즈란 대한민국에 자본주의 경제가 정착한 이후 태어난 세대로, 자본주의만을 경험하고 성장하여 자본주의 논리를 가지고 놀 줄 아는 요즘 세대를 말한다고 합니다.
자본주의 키즈는 고성장을 겪은 기성세대와 달리 저성장을 겪으며 자라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돌파구를 재테크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러한 경향은 소비에 대한 솔직함, 욕망을 자유롭게 추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MZ 세대를 중심으로 명품, 한정판 리셋 마켓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 이전 세대와 재테크를 대하는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돈’ 얘기를 하면 속물로 바라보았던 이전 세대와 다르게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는 자본주의 키즈는 재무나 투자에 굉장히 밝고, 연인과도 부동산 임장 데이트를 하는 등 솔직하고 합리적인 소비의 아이콘으로 급부상 중이죠.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욜로족’과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을 포기하는 ‘파이어족’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자본주의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판단하여 미래를 대비하고 있죠. 경제적 자립을 꿈꾸는 이들은 어린 나이부터 주식, 펀드 등에 관심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지만 동시에 현재의 행복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소비는 곧 행복이기도 하죠.
자본주의 키즈의 등장으로 관련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자본주의 키즈들이 재테크에 입문할 때, ‘잔돈 금융’을 먼저 접하게 되는데요. 자투리 금액으로 해외 인기 주식을 매입하거나, 잔돈이 자동으로 저축되는 서비스 등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적은 자본주의 키즈를 겨냥한 것이라 볼 수 있는 거죠.
MZ 세대, 더 나아가 밀레니얼 세대의 키워드는 ‘공평, 정의’입니다. 이들은 공평과 정의란 가치를 중시하는데요. 자본주의 키즈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소위 말하는 ‘뒷광고’를 배척하고 오히려 대놓고 당당하게 마케팅을 하는 ‘앞광고’에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광고 사실을 숨기는 행태를 지칭하는 ‘뒷광고’의 경우, 작년 수많은 유명 유튜버들이 논란에 중심이 되었는데요. 그것만 보아도 자본주의 키즈가 얼마나 ‘뒷광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소비에는 지불이 따른다는 경제의 원리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콘텐츠가 제작되기 위해 광고가 필연적이고 그러한 광고를 콘텐츠에 당당하게 녹여내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본주의 키즈인 것이죠.
트렌드를 주도하는 자본주의 키즈를 중심으로 소비 트렌드 역시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는 너무 친숙한 ‘Flex’란 신조어는 1990년대 미국 빈민층 출신의 성공한 흑인 래퍼들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데 사용한 것인데요. 은근히 자신의 성공을 자랑했던 이전 세대와 달리 자본주의 키즈는 대놓고 자신의 가진 것을 자랑하면서 플렉스 문화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즉, 자신이 들인 노력과 능력을 인정받고 그에 맞는 소비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이스라엘인들은 아이의 첫 번째 생일에 돈을 모아 펀드를 선물한다고 합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이 펀드를 관리하고 경제관념을 배우고 나중에 성인이 되어 목돈으로 사용하면서 남들보다 일찍 사회에 진출하죠. 이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키즈는 자본을 친숙하게 여기며 어릴 때부터 ‘돈’을 만질 줄 아는 세대입니다.
사회 초년생이 겪는 금융의 무지를 겪지 않고 곧바로 재테크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자본에 솔직해지고 모든 것들이 돈과 엮이면서 빈익빈 부익부와 상대적 박탈감을 어린 나이에 느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본의 논리를 잘 이해하는 한편 동시에 건전한 소비문화를 만들 수 있는 자본주의 키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