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핏 이코노미(Last Fit Economy)
올해 실질적인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를 앞두고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로 가장 먼저 변화를 맞이하게 될 산업은 물류라고 하는데요. 코로나19로 물류 산업이 크게 성장한 가운데 자율주행으로 인건비 절감까지 하게 된다면 엄청난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물류의 혁신에서 퀀텀 점프를 해야 하는 기술적 부채가 있는데요. 그것을 바로 '라스트 1마일’이라고 부릅니다. 라스트 1마일이란 물류 단계 중 가장 비효율적인 구간으로 택배 물품이 고객에게 직접 전달되는 구간을 뜻하는데요. 이 라스트 1마일을 잡으면 무려 50% 이상의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하니 라스트 1마일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이처럼 고객에게 제품이 도달하는 마지막 과정이 중요해짐에 따라 새로운 소비 트렌드도 생겨나기 시작하는데요. ‘라스트핏 이코노미’라 불리는 소비 트렌트입니다. 제품의 질 못지않게 중요해진 제품이 도달하는 경험, ‘라스트핏 이코노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라스트핏 이코노미란 ‘라스트 마일(Last Mile)’ 즉, 사형수가 형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마지막 거리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소비자를 향한 마지막 1마일이 서비스의 품질을 결정하고 소비자들의 최종 만족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뜻에서 라스트핏 이코노미(Last Fit Economy)가 탄생했죠. 소비자들은 이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가격이나 품질보다는 ‘자기만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저렴하고 질 좋은 제품보다는 얼마나 손쉽고 편리하게 받을 수 있느냐 하는 ‘신속성’과 ‘편리성’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곤 합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코로나19와 맞물려 온라인과 비대면 사업이 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는데요.
라스트핏 이코노미가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것은 합리적인 소비에 대한 기준이 달라졌다고 평가합니다. 보통 소비를 통해 얻은 만족은 가격이 저렴하거나, 기능이 좋거나, 브랜드 가치가 있을 때 높아지는데요. 이제 소비자들은 편리함과 신속성을 위해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기능보다는 디자인과 심미적인 포장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즉, 제품을 소유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구매하는 경험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죠.
또한, 1인 가구의 증가는 합리적 소비에 대한 기준을 변화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소비 단위가 적은 1인 가구는 시간 절약형 서비스나 편의성 중심의 서비스를 찾았고, 마침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발달로 상품에 대한 객관적 가치보다 소비자의 경험이 작용한 주관적 가치가 더욱 중요하게 되었죠. ‘소확행’, ‘워라밸’과 같은 휴식하고자 하는 욕망이 더해져 라스트핏 이코노미는 개인의 소비 취향과 경험의 만족을 채워주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된 것입니다.
라스트핏 이코노미가 기존의 소비와는 다른 소비 패러다임을 구축했다고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배송된 물건을 소비자가 받았을 때 만족감을 최대로 높인다는 데 있는데요. 즉, 구매의 마지막 순간까지 고객의 만족도를 신경 쓴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소비자의 만족을 높이기 위해 라스트핏 이코노미도 세분화하여 라스트핏을 이루는 세 가지 요소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배송의 라스트핏
현재 유통 및 배송업체의 가장 큰 이슈는 ‘가장 빠르게 고객의 문 앞에 도착할 수 있는가’입니다.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상품 자체에서 그 상품을 받는 순간까지 확장한 셈인데요. 밤에 주문한 물건을 다음 날 아침에 받아볼 수 있는 ‘로켓 배송’과 원하는 시간에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새벽 배송’이 대표적입니다. 단순히 빠르게 배송하는 것을 넘어 주문 시간의 편의성까지 고려하는 디테일을 첨가한 것이 라스트핏의 요소인 것이죠.
이동의 라스트핏
라스트핏 이코노미 시대의 경제의 중심, 근거지는 가장 빠르게 닿을 수 있는 ‘내 집 근처’입니다. 필요한 물품은 가까이 있는 편의점을 이용하고, 중고 제품은 지역 기반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고 전동 킥보드와 공유 자전거를 이용해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이동을 하는 것이죠. 라스트핏 역시 이동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경비를 최소화하면서 더 큰 편리함을 얻고자 하는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매의 라스트핏
구매한 제품의 상자를 개봉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 공유하는 ‘언박싱’, 특정 제품에 대한 리뷰를 공유하는 ‘하울’ 등 제품을 접하는 새로운 유행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제품은 제품의 객관적인 가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그 제품의 포장을 풀고 제품을 만지는 순간까지도 소비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것인데요. 제품의 성능이나 디자인은 물론 포장과 개봉 과정에도 다양한 가치를 부여하여 마지막 순간까지도 구매에 포함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라스트핏 이코노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기업들을 비롯한 소상공인은 다양한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고 있는데요. 비대면임에도 최대한 고객에게 다가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고객의 라스트핏을 만족시키기 위해 손 편지를 써서 비대면의 한계를 극복하는 업체들이 많아졌는데요. 덩달아 손글씨를 써서 보내면 여러 장의 복사본을 만들어주는 업체도 생겨났다고 합니다.
또 다른 배달 차별화의 사례로 치킨 업체 P사를 꼽을 수 있는데요. P사는 비닐봉지가 아닌 더스트 백에 치킨을 담아 배달하는데, 기존의 비닐봉지가 아닌 고급스러운 더스트 백에 담아 배달하면서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에코 패키지’를 도입한 S사가 있습니다. S사는 골판지로 구성된 포장 박스를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잘라내 조립할 수 있게 했는데요. 반려동물의 집, TV 선반 등 다양한 형태의 물건으로 제작할 수 있는 에코 패키지의 도입으로 고객이 언박싱을 하고 나서의 경험까지도 고려하는 세심한 마케팅 전략이 돋보이는 라스트핏 이코노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좋은 물건을 싸게 팔면 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제품의 기능과 가격은 물론이고 제품이 고객에 도달하기까지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험까지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죠. 결국 똑같은 제품이더라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차이입니다. 고객이 대접받는 기분을 들게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