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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캐피탈 Feb 11. 2022

자동차 운전자가 사라졌다

자율주행 시대의 개막

자동차를 구매할 때 카탈로그 옵션 표에는 다양한 주행 기능이 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보’,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원격 자율주차’ 등 주행 안전 기술부터 편의 기술까지 여러 항목들이 나열되어 있다.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주행 기능이 기술 발전에 따라 늘어나면서, 이제는 운전자가 핸들에 손을 떼도 주행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1960년대 자율주행의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그 후 더딘 속도로 개발되어 2010년 ‘딥러닝’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자율주행 자동차 산업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2016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과 UN은 미국 자동차 학회가 정의한 자율주행 자동화 레벨을 공식적으로 채택하게 되며, 레벨 0부터 레벨 5까지 6단계로 나눠 자율주행 기술 단계를 체계화했다.


지금 자율주행은 어디까지 왔을까.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라 할 수 있는 레벨 5까지는 언제 도달할 수 있을까? 자율주행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운전자는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할지 알아보자.




#1. 자율주행, 어디까지 왔을까?


자율주행은 교통수단이 사람의 조작 없이 스스로 판단하여 운행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단순히 서버의 명령에 따라 주행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컴퓨터가 스스로 판단하도록 자동차에 IT/센서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하여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위험을 판단하여 경로를 계획한다. 운전자의 조작이 없어도 주행 가능한 자동차로 총 6단계의 레벨로 구분해 주행 기술 수준을 정의하고 있다.


레벨 0은 전통적인 주행을 말한다. 운전자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시스템은 경고 수준으로 일시적인 개입만 있을 뿐이다. 레벨 1은 속도, 차 간 거리 유지, 차선 유지 등 시스템이 일정 부분 개입하지만, 차량 운행의 주체는 역시 인간이다. 레벨 2는 특정 상황에서 일정 시간 동안 보조 주행을 할 수 있는 단계로 필요시 즉각 운전자가 개입한다. 주행의 주체나 변수를 감지하는 것은 인간이지만, 주행 제어의 주체는 시스템으로 옮겨 간다.


현재 양산차 대부분의 자율주행의 레벨은 2 정도이며, 부분 자동화 수준에서는 레벨 3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 T 자동차 CEO는 21년까지 레벨 5 기술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완전한 레벨 3 단계로 진입하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을 ‘양산’한다고 밝혔으며, 연말 출시를 앞둔 23년형 G90부터 레벨 3을 적용한다. 대표적인 기능은 ‘고속도로 파일럿’으로 조건부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다. 레벨 3는 고속도로 같은 조건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며, 주행 중 변수를 시스템이 감지한다. 다만, 필요시 운전자가 즉시 개입하여 컨트롤한다.


올해는 레벨 3가 적용된 자율주행 양산차가 많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레벨 2에서 고전했으나 올해 출시되는 차량의 보급화가 이뤄진다면, 레벨 3으로 한 단계 올라서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 레벨 5 자율주행 자동차는 언제쯤?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은 레벨 4~5를 말한다.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되며, 시스템의 개입이 주를 이루는 상태이다. 지난해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에 말에 따르면,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의 기술력은 레벨 5의 90%까지 도달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제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듯해 보이지만, 레벨 5의 남은 10%까지 개발하는데 90%까지 도달한 것만큼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보고서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상당히 많다는 걸 의미한다. 


G포털 사이트의 2010년 인공지능 딥 러닝에 대한 발표가 있었던 후 자동차 업계를 비롯해 학계와 정부가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절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도 역부족이었다. 물론, 많은 기업이 앞다퉈 뛰어난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지만, 다른 기술력과 비교했을 때 더디게 성장 중이다.


다른 분야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낼 만큼 기술 진보가 있었지만, 유독 자율주행의 성장 속도가 더뎌 보이는 건 왜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를 ‘막대한 비용’으로 꼽았다. 자율주행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는데, 스마트 도로 시설이나 모바일 네트워크 등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게다가 도로 위 변수를 통제해야 하는데, 현재 그 변수를 줄이기가 상당히 힘든 상태이다. 기술 개발 자체에도 돈이 많이 든다. 구글이 자율주행 개발을 위해 최근 몇 년간 5조 원이 넘는 금액을 조달했다. 막대한 비용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사람들의 기술 수용과 제도 정비에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캐나다 교통정책 연구원의 ‘자동차 신기술 개발 후 대중화까지 기간’에 대해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동변속기는 50년, 내비게이션은 30년 이상, 하이브리드는 25년 이상이 걸렸다고 밝혔다.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자동차 신기술이 사회에 적용되기까지 약 25년 정도가 걸린다는 것이다. 결국 레벨 5는 기술도 문제지만, 인프라나 이해 관계자, 기술 수용, 제도 정비 등이 난제다. 모든 것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2030년 이후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보지만, 기술뿐 아니라 인프라까지 고려한다면 그보다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레벨 5 시대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아니다. 세상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변화와 혁신을 일궈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빠른 레벨 5 시대가 도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3. 자율주행 시대, 운전자의 역할은?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시스템에 운전 권한을 이관하고 인공지능이 모니터링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과 같다. 레벨 5에서는 운전자가 운전의 주체가 되지 않으며, 모든 것은 자율 시스템에 맡기게 된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만 한다면, 사고 없는 도로를 꿈꾸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계는 기계일 뿐. 완벽하지 않다면,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는 어디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 T 자동차의 자율주행 보조 기능인 ‘오토 파일럿’을 켜고 달리다가 사망 사고를 낸 사건이 있었다. 운전자는 살인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밖에도 자율주행 기술을 믿고 주행하다가 사람을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한 사례가 속속히 발생하고 있다. 2016년 이후 오토 파일럿 주행 중 최소 11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많은 완성차 업계가 레벨 3에 진입한다. 이전보다 더 나은 기술력으로 자율주행을 선보일 것이다. 하지만 레벨 3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도로에 달리는 차량 모두가 레벨 3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언제든지 돌발 상황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조금 더 안정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주행 편의를 누릴 수 있다는 것뿐, 운전자는 항상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시스템이 완벽하다는 신뢰성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운전자의 안전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율주행은 인간의 편의를 위한 보조 수단이다. 완벽한 기술이 등장했을 때는 제조사와 운전자의 책임 소재를 나누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그전까지는 안전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며 자율주행 기술을 너무 맹신해서도 안 될 것이다.




자율주행과 관련해서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 산적해 있다. 각종 제도를 도입까지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며, 입법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춘 사회적 논의가 발 빠르게 필요하다. 이러한 논의는 단순히 자율주행 자동차의 빠른 정착이 아니다. 모든 것은 인간의 편의 그리고 안전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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