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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캐피탈 Mar 04. 2022

자동차 개념이 사라진다

모빌리티 개념의 진화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의 등장으로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바퀴 4개에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사람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만드는 이동수단 혹은 서비스를 뜻하는 ‘모빌리티’의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새로운 이동수단을 지칭하는 개념인 ‘모빌리티’의 등장은 단순히 ‘자동차’를 대신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자동차’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각종 명칭들 역시 새로운 ‘이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가령 대학에서 자동차에 대해 배우는 학과를 ‘자동차학과’라고 했다면, 이제는 ‘미래모빌리티과’로 명칭을 바꾸고 새로운 이동수단의 패러다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가 사라지고 있다. 이동과 소유의 개념으로 인식되던 자동차는 단순히 물리적 개념에 머물지 않고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서비스의 개념인 ‘모빌리티’로 변화하고 있다. 자동차에서 모빌리티로의 변화 속에 있는 지금,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자.




#1. 이동수단에서 공간으로


©현대자동차


자동차는 오랜 시간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수단 혹은 도구로 인식되어 왔다. 이동 경로에는 출발지와 목적지가 있으며, 사람과 사물을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모빌리티에서의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여가, 거주, 삶이 담긴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예로 ‘차박’이 있다. 차박은 차에서 숙박할 수 있는 캠핑 여행의 하나로 자동차가 공간이 되는 대표적인 예이다.


이밖에도 운전자의 시선을 추적해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수행하는 자율주행 기술이라든지, 차량 내부를 호텔처럼 꾸민 자동차의 등장은 미래의 자동차 모습이 어떠할 것인지를 보여준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의 도입은 운전자를 탑승자의 개념으로 바꾸면서 모빌리티에서 ‘공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러한 트렌드는 세계 최대 가전, 정보기술 전시회인 CE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다양한 모빌리티 콘셉트카를 공개했는데, 이곳에서도 사용자 경험을 중시한 개발에 많은 공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더 이상 자동차가 이동수단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 경험 중심의 ‘공간’으로 바뀌어 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 소유에서 공유로



이동수단의 자동차는 ‘소유’의 개념이 중요했다. 시간, 장소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이동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해야 가능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빌리티 기술의 등장으로 내 차 없이도 누구나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카셰어링, 라이드셰어링, 카헤일링 같은 공유 모빌리티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자동차를 소유해야 한다는 인식을 깬 것이다.


기존의 렌탈 방식과는 다른 개념으로 소비자가 접근하기 좋은 시내 곳곳에서 언제든지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카셰어링’ 서비스가 등장했다. 또, 이동을 원하는 소비자가 목적지 방향이 비슷한 운전자와 만나 승차를 공유하는 ‘라이드셰어링’도 등장했다. 지나가는 택시를 발견해 붙잡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카헤일링’의 등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로 공유 차량을 호출할 수 있게 환경을 바꾸었다.


이밖에도 소형 1인용 운송수단인 ‘퍼스널 모빌리티’, 원하는 차를 바꿔가며 마음껏 이용하는 ‘모빌리티 구독 서비스’, 다수의 승객이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하는 ‘라이드풀링’ 등의 다양한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가 있다. 이제는 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지 이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3. 물리적 기계에서 모빌리티 디바이스로



'자동차’라고 하면 하드웨어 기반의 기계로 각종 부품이 복잡하게 얽혀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기계를 떠올린다. 그러나 모빌리티로의 전환에서는 단순히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기계가 아닌, 소프웨어 기술이 접목된 모빌리티 디바이스로 인식된다. 즉, 자동차가 스마트 폰처럼 활용되는 것이다.


자동차를 스마트 폰처럼 활용하도록 만드는 기술이 적용된 차를 ‘커넥티드 카’라고 한다. 커넥티드 카가 적용된 차량은 교통 흐름, 날씨, 주행 정보 등 단순 주행 정보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집, 사무실, 도시 등 각 인프라 시설과 상호 통신해 사물인터넷(IoT)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각종 소프트웨어 기술이 ‘자동차’라는 하드웨어에 접목돼 차량 내외부로 양방향 데이터 공유가 가능한 모빌리티 디바이스가 된다.


지금까지 개발된 커넥티드 카의 기술로는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인식을 활용한 비서 서비스(현대차-카카오i)와 현대 카페이 서비스,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 등이 있다. 특히, 무선 업데이트 시스템(OTA, Over the Air)의 도입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의 소프웨어, 펌웨어 업데이트를 수월하게 만들어 수리, 성능개선, 기능 추가, 보안 등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커넥티드 카는 현재 걸음마 수준의 도입 단계에 있으며, 향후 고도화된 기술에 따라 전통적인 자동차의 모습을 완전히 다르게 변화시킬 것이다.




모빌리티의 사전적 의미는 ‘유동성, 기동성, 이동성’이다. 일반적으로는 사람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데 기여하는 각종 서비스나 이동수단을 광범위하게 일컫고 있다. 더 나아가면 인간과 사물, 원하는 대상의 물리적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디바이스로 정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빌리티를 단순히 이동과 편의를 돕는 자동차 산업에서의 한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어쩌면 모빌리티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상상하는 것이 곧 현실이 된다는 말, 앞으로 다가올 진화된 모빌리티 사회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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