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궁금한 차박의 모든 것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언택트 문화’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지만, 가장 큰 변화가 찾아온 분야는 바로 ‘여행’이 아닐까 싶다.
한국관광공사가 공개한 내국인 출국 연도별 통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9년까지 2008~2009년도 세계 경제 위기를 제외하고는 해외로 떠나는 사람이 꾸준히 늘었다. 2018년부터는 내국인 출국자 성장률이 큰 폭으로 줄었지만, 그런데도 외국을 찾는 사람이 3천만 명에 육박할 정도였다. 가히 ‘여행의 민족’이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전염되던 3월부터는 해외로 나가는 국민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4월에는 31,425명이 출국했다고 한다. 이 기록은 2019년 4월 2,246,417명이 출국했던 것과는 한참 비교되며, 약 40년 전 통계치인 1981년 3월의 기록과 비슷하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했다.
문제는 국내 여행 상황도 마찬가지였던 것. 사람과 접촉을 줄여야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기에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밖에 없는 ‘여행’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여행은 사람들에게 잊혀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슬기로운 대한민국 국민은 제약적인 상황 속에서도 ‘힐링’하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차박 캠핑’이다.
사실 캠핑 문화는 차박 캠핑이 대세로 뜨기 전부터 조금씩 인기를 끌던 여행 트렌드였다. 캠핑카, 트레일러 등을 활용해 국내 곳곳을 떠나 여행하는 분위기는 이미 형성되어 있던 것이다. 그러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져 나가면서 비대면 여행 방법이면서 고가의 캠핑카를 구매하지 않아도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차박’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된 것이다. 차박 캠핑은 말 그대로 ‘차에서 숙박하는 캠핑’을 뜻하는 용어로, 언택트 시대에도 자유롭게 여행하는 방법이 됐다.
그렇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차박 캠핑을 위해 차만 끌고 어디든 떠나면 되는 걸까? 차박을 위해 꼭 필요한 준비물, 몇 가지를 알아보자.
#1. 차박의 기본, 평탄화 작업
차박 캠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차’다. 차에서 잠잘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최소 조건이 바로 ‘평탄화’이다. 평탄화는 차량 뒷좌석을 완전히 눕혀 잠잘 수 있는 공간을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차가 한쪽으로 기울거나 울퉁불퉁하다면 숙면을 취하기 힘들고 굳이 힘들게 차박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잠만큼은 편하게 자기 위해서는 잠잘 공간을 평평하게 준비해야 한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은 ‘차박’ 트렌드를 고려해 뒷좌석을 완전히 앞으로 눕힐 수 있는 풀 플랫이 가능하다. 풀 플랫이 가능한 경우 별도의 침상 제작이 필요 없으며, 관리 보관이 쉬운 에어 매트리스를 깔아서 조금 더 쾌적한 환경에서 잠을 청할 수 있다. 에어 매트리스가 없다면, 집에서 사용하는 두꺼운 이불이나 매트를 활용해도 좋다. 만약, 평탄화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차박은 행복한 여행이 아닌 고된 여행의 시작이 될 수 있다.
#2. 차크닉부터 단계적으로
차박 캠핑이라고 처음부터 화로에 불을 피우고 거창한 캠핑용품을 꺼내 들 필요는 없다. 비싼 용품부터 사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첫 차박 여행이라면 캠핑용품을 잔뜩 들고 가기보다는 포장이나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오히려 분위기에 초점을 맞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음식 놓을 작은 테이블과 의자, 굵직하게는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하다.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게 되면 오히려 차박에 대한 흥미를 잃기 쉽다. 무거운 캠핑용품을 챙겨 가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차크닉’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3. 조명은 넉넉하게
한낮에는 전기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다가 어둑한 밤이 되면 전기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차박에서 꼭 챙겨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조명이다. 어두워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빛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이때 정말 유용하게 사용되는 게 바로 조명 용품이다.
단 한 개의 조명으로 밝은 빛을 내면 좋겠지만, 대다수 조명은 한정된 공간만 밝힐 수 있다. 그럴 땐 차라리 저렴한 조명등을 여러 개 구매해서 가는 게 여러모로 유용하다.
#4. 아늑한 분위기를 위한, 타프&어닝
꼭 필요한 필수 아이템은 아니지만, 차박에 흥미를 높이고 분위기를 더욱 살려보고자 한다면 저렴한 타프나 어닝 정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타프는 햇볕이나 이슬, 비 등을 피하려고 사용하는 가림막을 의미하며, 어닝은 경량 차양막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일반적인 텐트보다 설치가 쉽고 간편해 차박 분위기를 한껏 높이기엔 좋은 준비물이다.
타프나 어닝 끝자락을 따라 알전구까지 달아준다면, 특별한 캠핑용품을 준비하지 않았는데도 아늑하고 감성 넘치는 분위기는 순식간에 완성된다.
차박에 꼭 필요한 준비물을 챙겼다면, 이제는 어디로 떠날지 고민해야 한다. 장소를 정하는 방법은 개인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는 게 좋다. 산이면 산, 바다면 바다. 위치보다는 차박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면, 지나가다 괜찮아 보이는 장소에 차를 세우고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그곳이 곧 차박지가 된다.
단, 불법적인 장소는 피해야 한다. 국립공원, 사유지, 해안 방파제는 차박 금지 구역이다. 또한, 개방형 공원이라도 캠핑, 야영을 금지하는 곳도 있으니 시설 이용 시 안내 사항을 확인하고 위험한 지역이 아닌지 충분히 고려한 후 차박지를 선정한다.
초보 차박러가 이용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하겠다면, ‘차박 성지’라 불리는 몇 곳을 추천한다.
# 산과 물, 편의시설까지 다 갖춘 ‘충주 수주팔봉’
- 충청북도 충주시 대소원면 문주리
전국 최고의 차박지라 불리는 충주 수주팔봉. 차박지를 둥글게 감싼 하천과 산이 어우러져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춘 곳이다. 입장료, 주차비도 없으며 24시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간이매점에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어서 노지 캠핑하기에는 이만한 조건이 없다.
두루 잘 갖춰진 조건 때문일까? 전국 각지에서 모일 정도로 유명해진 덕분에 충주시는 이곳을 안전하고 쾌적한 ‘차박 성지’를 완성하겠다는 사업 계획까지 밝힌 상태다.
# 자연 그대로, 홍천 남노일 강변유원지
- 강원 홍천군 남면 남노일리
강원도에는 숨겨진 노지 캠핑장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추천하고 싶은 곳은 자연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는 홍천 남노일 강변유원지다. 조용하고 한적해 캠핑으로 힐링하고 싶은 사람에겐 최적의 장소다. 알려진 것에 비해 사람이 많은 편도 아니다.
다만, 화장실과 수도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물과 간이 화장실 정도는 준비가 필요하다. 앞쪽에는 홍천강이 흘러 물놀이나 낚시도 가능하다.
# 다 있는 차박 성지, 충남 당진 왜목마을
- 충남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 844-26
이미, 너무 유명해진 충남 당진 왜목마을. 유명한 곳은 다 이유가 있는 법! 멋진 바다 풍경은 물론이고 뒤편으로 꼭 필요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으로 이것저것 챙기기 힘든 초보 차박러에겐 가볍게 차박 맛보기를 시작할 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어 완벽한 뷰까지 보장된 곳으로, ‘차박 성지’, ‘차박 맛집’이라는 수식어가 절로 붙는 곳이다.
코로나19는 여행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설령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포스트 코로나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다가올 미래를 알고 있다면, 대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언택트 시대에도 힐링은 필요하고 여행은 선택 아닌 필수가 아닐까? 차박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아주 적절한 여행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