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언컨택트’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붐비던 대학가도, 정신없던 인천공항도, 다 함께 모여 응원하던 스포츠 관람도 이젠 옛말이 되었죠.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임이 예견되며 많은 산업들은 언컨택트 시대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반면 ‘코로나 수혜’라고 불리며 코로나 덕분에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분야들도 있는데요. 그중 눈여겨볼 만한 분야가 바로 ‘명품’입니다.
저성장을 넘어 ‘역성장’을 바라보는 지금, 경제성장률은 -1%를 기록하는 이때 명품만은 초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명품 불패’라 불리며 치솟는 명품 시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탈리아 명품 생산 연합인 폰다치오네 알타감마가 작업한 ‘2020 상반기 럭셔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명품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5%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유로모니터 역시 올해 세계 명품 시장은 코로나 영향으로 인해 18% 하락을 전망했다고 하는데요.
반면 한국 명품 시장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주요 명품 판매처인 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백화점의 상반기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최소 10% 최대 23%까지 증가했습니다.
이에 전 세계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을 주요 국가로 삼고 신제품, 재고 등을 우선적으로 배치하고 있다는데요.
전 세계 경제가 불황을 겪고 있는 지금 어떻게 한국 명품 시장만 호황을 누릴 수 있을까요?
중후하고 무거운 이미지였던 명품 브랜드들이 기존의 명품 제품에 스트릿 패션(Street Fashion, Streetwear)을 접목해 새롭게 재탄생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구찌(Gucci)’가 있었는데요.
올드한 느낌으로 전락했던 구찌를 2015년 구찌의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파격적인 맥시멀리즘을 내세우면서 기존의 고객이었던 기성세대 대신 밀레니얼 세대를 노리게 됩니다.
‘It’s so GUCCI’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매출 절반 이상을 35세 이하의 밀레니얼 세대로부터 만들어내는 결과를 내놓습니다.
이에 라이벌인 ‘루이비통(Louis Vuitton)’도 스트릿 패션 시장에 뛰어듭니다.
명품 브랜드의 큰 축인 두 브랜드의 변화로 명품 시장 자체는 재편성됩니다.
실제로 올 상반기 롯데백화점 내 연령대별 명품 구매 추이를 보면 2030세대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이상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30 세대의 움직임은 이른바 “플렉스(flex)”라고 불리는 하나의 문화에서 비롯됩니다.
플렉스는 미국 힙합 문화에서 부를 자랑하는 모습을 뜻하는데요. 2030을 관통하는 중요한 가치관이 되었습니다. 최근 명품 언박싱, 명품 하울 등의 영상이 유튜브에서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명품에 대한 2030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롯데멤버스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20대의 명품 이용 비중이 5%에서 11%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제품을 2030이 앞다퉈 구매한다는 것이 조금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는데요.
전문가들이 말하길 경제 규모가 줄고 금리가 낮아지면 아직 자산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2030세대는 미래에 투자하기보다 지금 즐기는 편을 선택하는 경향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명품 시장이 변화함에 따라 명품 브랜드들도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았는데요.
‘명품은 오직 오프라인에서’라는 불문율을 깨고 온라인에서 판매를 하는가 하면 루이비통과 구찌는 레트로 스타일의 게임을 출시하고 샤넬은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제작하였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죠.
또한, 명품 제품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도 쏟아졌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모바일 앱으로 명품 제품을 직구하고 중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들인데요.
명품 시장의 성장과 함께 큰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명품 제품을 단순히 소유를 위해 구매하지 않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른바 리세일(resale)이라 불리는 제품을 되파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죠.
13만 원에 출시된 한정판 나이키 브랜드 운동화가 200만 원에 되팔리는 등 제품이 곧장 현금화가 되면서 리세일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중고를 되파는 리세일 시장도 초호황을 맞이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명품 리세일 시장은 2021년까지 360억 달러의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일반 명품 시장보다 4배 빠르게 성장하는 수치입니다.
이에 따라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한정판 스니커즈를 거래하는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세계 스니커즈 리세일 시장이 약 7조 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해 국내 스니커즈 리세일 시장도 큰 성장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버킨 백에 투자하는 게 금에 투자하는 것보다 낫다’라는 농담처럼 고가의 명품 제품들은 리세일 마켓에서도 정상가의 60~80%를 유지하는 등 하나의 안전 자산이 되어가는 모습입니다.
“베블런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습니다.
고가의 사치품은 사회적 지위나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요가 발생하므로 가격이 비쌀수록 소비도 늘어나는 현상이죠.
저성장 불황기에 구매력이 줄어들었지만 아이러니하게 명품 제품의 가격이 높아져도 연일 완판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명품을 구매하는 ‘가치소비’가 유행하며 과시적 성격이 강한 상징적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우울한 사람은 구두쇠가 아니다'(Misery Is Not Miserly)라는 논문에 따르면 우울함을 느낄수록 물질적 소유권을 획득하여 이런 불안감을 줄이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도 대부분 분야에서 소비가 감소했지만 고가의 제품들만은 반등했다고 합니다.
‘코로나 블루’로 모두가 움츠려 든 지금, 모두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합니다.